카타르의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있다면 온고지신(溫故知新), 이 네 글자가 아닐까.
급속도로 성장하는 여기 이 곳, 카타르는 하늘을 찌르는 높다란 빌딩 숲을 이룬 없을 것 없는 럭셔리한 도시이다. 각종 명품 브랜드부터 시작해 뉴욕에서 날아온 매그놀리아 컵케이크까지, 현대 문명에 한 발짝도 뒤지지 않고 세계의 트랜드를 센스 있게 따라가고 있는 도하, 카타르. 도시 곳곳이 아직은 개발 중에 있기 때문에 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 현장도 피해갈 수 없는 것들이긴 하지만 10년 전의 카타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카타르를 엄청난, 믿기 힘든 발전을 이루어 낸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전 세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기에 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겐 카타르의 발전이 당연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급속도의 경제발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에 태어나고 자란 우리는 빠른 성장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없는 것,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을 카타르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유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만의 노력, 전통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다.
중동 무슬림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카타르는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과 그 열망을 실천하는 노력을 갖춘 나라이다.
 ▲카타르 전통복장 |
그들의 노력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카타르 사람들의 옷차림이다. 편안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서구 사회의 의복 습관에 전 세계가 동일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요즈음, 카타르에서는 그들의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복’을 여전히 입고 생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복을 입고 슈퍼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보라.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어색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는 멀어진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그 나라의 전통 복장은 특별한 날이나 행사 때에만 입는 것으로 차츰차츰 변해왔다. 편리함을 중요시 하는 현대사회에는 어쩌면 그 것이 더 효율적인 것 일수도 있다. 또, 전통 복장을 고집해 입어야 그 나라의 전통문화가 지켜지는 것도 아니기에, 그 정도의 변화는 으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나라와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과 실천을 하는 나라가 가진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난다. 카타르에서 가까운 두바이만 해도 요즘은 아랍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그만큼 두바이의 분위기는 좀 더 개방적이고, 서구적이다. 그것이 두바이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반면 카타르는 아직도 아랍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그것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외국인들과 카타르 현지인들을 구분해 주는 카타르만의 매력이자,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들의 복장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올리는 무슬림으로서 가장 편한 복장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조금은 넉넉한 품과 기장의 아랍전통의상이 탄생한 것이다.
또 남자는 하얀 색, 여자는 검정 색의 옷을 입음으로써 '여자는 남자의 그늘'이라는 의미도 옷 안에 숨어있다. 일부다처제라는 문화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리타분한 편견을 아직 답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여성 인권이 자리잡지 못한 문화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고 다니는 아랍 여성들의 복장 속에 숨겨진 여자에 대한 그들의 왜곡된 시선, 잘못된 편견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한 남자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그들의 신성한 믿음,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카타르는 그들의 종교, 문화로 인해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외국인들도 존중하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카타르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되도록 민소매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은 삼가며, 하의는 무릎을 가리는 것을 입도록 권장하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카타르의 문화를 존중하는 작은 배려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물론 카타르 현지인이라고 해도 조금씩 서구화된 사고방식으로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자유로운 의상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강하게 제지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배려해가며 충분히 타협점을 찾고,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카타르에만 있는, 카타르만의, 카타르에 의한 독특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결국 그 모습이 카타르를 ‘위한’ 문화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옛 것을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나라, 카타르. 우리에겐 없는 그들의 문화, 그것이 카타르를 카타르이게끔 만들어 주는 유일한 보물이라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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