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포항
여행가들의 아쉬움을 읽으셨는지, 팀장님이 핸들을 저동항 반대편으로 꺾습니다. 울릉도 여행기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학포항에 발을 디딘 서울과 울산의 도시촌것(?)들은 푸른 바닷빛에 경악하기 시작합니다.
관광객은커녕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는 학포항은 급경사에 가까운 커브를 수차례 틀어야 겨우 내려올 수 있는 남양항과 태하항 사이의 작은 항구입니다. 민가라고 해봐야 십수채가 고작인 조용한 마을. 그러나, 학포항에서 바라보이는 진한 푸른빛의 바다색과 양켠의 절벽에 둘러 싸인 전경만큼은 강렬합니다. 이 근처에 울릉도 최고의 바람둥이가 산다니, 학포항은 이래저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네요.
◯ 남양터널/통구미터널
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울릉도의 마지막밤을 이렇게 순순히 보낼 수는 없는 법! 오늘 저녁은 저동항의 활어판매장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몇 곳의 터널을 스쳐 지나가며, 울릉도가 과연 거칠긴 거친 지형이구나 새삼 되새겨 봅니다.
울릉도의 단 두 개 뿐인 신호등 또한 해안도로에 설치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일차선에 불과한 남양터널과 통구미터널에 위치해 있다는 겁니다. 일차선이다보니 서로 마주치면 난감하겠죠? 그래서, 양쪽 입구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도 울릉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일 겝니다. 이차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험악한 울릉도의 산세를 짐작케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 육군대장박정희장군순찰기공비(저동항)
울릉도에 방문한 유명인(?)으로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가 육군대장 시절 울릉도에 방문했는데, 당시만 해도 울릉도에 제대로된 접안시설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장군의 지시로 울릉도 주민의 숙원이던 항구가 설치 되었는데, 이를 기념해 저동항 한 복판에 육군대장박정희장군순찰기공비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 저동항 활어판매장 : 활어모듬/오징어순대
활어라면 죄다 맛있다는 울릉도.
때문에 골고루 맛볼 수 있는 활어모듬을 선택했습니다. 저동항 활어판매장 한 켠에 마련된 식당(?)에서 주문하면 갖다 주십니다. 두툼하게 썬 문어, 가늘게 썬 한치 등이 푸짐하게 담겨 옵니다. 역시 경상도 소주 ‘맛있는 참’이 빠질 수가 없죠. 하루종일 새침 떨던 울산 아낙네도 무단결근(?)의 충격을 딛고, 건배에 동참합니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오징어순대!
신선한 오징어만 가능하다는 오징어순대는 딱히 오징어 안에 뭘 넣은게 아니더군요.
오징어 내장을 빼지 않고, 그데로 삶아 내온 것으로 모양은 비록 그로테스크(?)했으나, 오징어 몇 마리를 고은 듯한 진한 풍미가 일품이였습니다. 지금까지 먹던 오징어먹물 새우깡은 구라였구나! 무릎을 치게 되더군요. 미치도록 배가 부른데, 손가락을 멈출 수 없는 바로 그런 맛이였습니다.
오늘 밤의 만찬은 이게 끝이 아니였습니다.
웹투어 팀장님이 오징어불고기를 쏘고, 제가 맥주 한 박스를 더해 카라반에서 3차 같은 2차가 이어졌습니다. (사실은 울릉도 토착 막걸리인 호박 막걸리를 마시고 싶었으나, 이건 민가에서 알음알음 만들어 드시는 것으로 관광객이 없는 지금 시즌에는 구할 수조차 없다네요. 보통 나리 분지에서 전과 함께 판매한다고 하니 참고하시랏.)
오징어와 불고기는 비싼 불고기를 좀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의 오징어를 얹어 섞은 퓨전 음식인데, 같은 오징어라도 울릉도 오징어라니 왠지 불고기보다 더 먹게 됩니다. (울릉도에서는 차라리 양이 적어도 불고기를 먹지, 오불은 그다지 인기가 없답니다.) 맥주 안주로 치킨을 능가하는 새로운 조합에 흥분한 서울과 울산 출신 여행가들의 기묘한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