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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삼일절에 태극기를 걸어본 기억도 몇 번 없다보니, 이런 의미있는 날에 독도를 향한다는 것이 설레이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독도는 우리나라 최동단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져 있습니다. 7만여 제곱km의 동도와 9만여 제곱km의 서도를 비롯해 89개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독도 관광은 크게 독도를 한바퀴 도는 선회관광과 동도에 입도해 20여분간 독도를 거닐어 보는 입도관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짐작하시다시피 관광객이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년 중 독도에 입항하는 날이 며칠입니까?”
넌지시 호명관광여행사 팀장님께 여쭤보니 의외로(?) 싱거운 답변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년에 60일 미만입니다.”
“아니, 백일도 안되네요?”
“아무리 선박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도, 백일이 채 되지 않습니다. 60일도 최대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울릉도에 오신 분들도 선뜻 독도행을 선택하시기 어렵겠는데요?”
“그도 그렇긴 한데... 울릉도에 오신 분들 중 반수는 독도 때문에 오시는 손님들이라서 항상 만석입니다.”
“흐음... 그도 그렇긴 하겠네요.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도 두어시간 걸리는데, 입도하지 못하시면 좀 서운하시겠는데요.”
“그건 저희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늘이 도와야 입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무려 다섯 번이나 독도를 찾으셨는데, 결국 방문하지 못한 손님도 계셨고... 유람선에 타시면 선장이 삼대가 복을 쌓아야 독도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할 정도니까요. 대신 독도에 입항하지 못했을 때만 독도를 선회하는데 독도의 기암괴석을 둘러보기엔 이게 낫다고 설명 드립니다. 독도에 입항하면 딱 그 인근만 둘러볼 수 있거든요.”
“그럼 오늘은 입도가 가능할까요?”
“오늘도 바람이 썩 잔잔한 편은 아니라,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별 기대없이 독도행 유람선인 씨스타3호에 올랐고, 결론적으로 삼일절 무려 독도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독도의 촛대바위, 코끼리바위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사진은 사진은 취재 후 삼일 후 텍사스에서 개최된 SXSW에서 Korea Fantasy란 이름의 미국 사진전에 소개되기도 했구요.
독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몇몇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을 하시더군요. 20분간의 짧지만 굵은 독도 동도에서의 체류 시간 동안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독도경비대원과 기념사진을 찍는 분들로 진한 감동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몇몇 어르신은 고생한다며 다짜고짜 경비대원에게 배춧잎을 쥐어주시는데, 난감해하는 경비대원과 어르신의 모습이 그리 싫지 많은 않았습니다.
동도에서 거닐 수 있는 구간은 고작해야 백여미터. 저 위에 바라보이는 독도등대까지 설치된 계단이 야속할 정도로, 실제로 독도를 여행했다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입니다. 제 평생에 다시 독도를 밟을 일이 없진 않겠으나,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새하얀 등대에서 서도를 바라볼 일은 없겠구나란 생각이 불현 듯 스치더군요. (제가 정말 유명한 여행작가가 되면 모를까 말이지요.^-^;;)
아쉬운데로 삼일절에 독도에 발을 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독도여행은 충분히 의미도, 감격도 있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유람선에 올라탔습니다. 떠나는 유람선을 향해 이십여명의 경비대원이 일렬로 서서 경례를 하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것 또한 감동이였습니다. 그들이 지키는한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 전골마당 홍합밥
다시 두시간을 돌아와 울릉도 저동항에 내릴 때까지도 사람들의 표정에는 감동이 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배가 접안하기 무섭게 스마트폰을 꺼내 SNS에 올리거나, 친구들에게 전화해 자랑하기 바쁜 풍경을 저 또한 감추기 어려운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저동항 뒷골목으로 향합니다.
전골마당은 열 개 남짓한 메뉴를 건 아담한 식당입니다. 따개비밥을 판매하는 식당을 결국 찾지 못한 호남관광여행사가 섭외한 야심찬 곳으로 그에 못지 않게 유명하다는 홍합밥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15,000원에 달하는 가격은 꽤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울릉도의 바다를 품고 자란 홍합을 삼십분은 족히 끓이고 졸여 내놓은 밥그릇은 바다의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이제는 친숙해진(?) 명이나물을 비롯한 댓가지의 신선한 반찬도 입맛을 돋웁니다.
1일차에 울릉도의 맛을 봤다면, 2일차에는 남들이 차마 맛볼 수 없을 깊숙한 속살을 맛봤다는 만족스러움으로 노곤한 몸을 카라반에 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