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 B코스/행남해안산책로/독도
● 육로관광 B코스 : 내수전 일출전망대~행남해안산책로
육로관광 B코스는 울릉도를 시계 방향으로 순회하는 A코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저동항의 촛대바위와 봉래폭포, 그리고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2시간 동안 둘러보는 코스입니다. 오후 배로 독도로 이동하는 2일차의 경우 아침을 느긋하게 드시더라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도동항에서 저동항으로 2.6km 구간의 행남해안산책로까지 즐기실 수 있는 최고의 일정입니다.
◯ 도동항 어판장/어민회식당 : 한치물회
독도행 배 또한 두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이 예상되므로, 점심은 건너 뛰고 아침을 든든히 먹기로 했습니다. 울릉도에서 꼭 따개비밥을 먹고 싶었으나, 하는 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 차선책으로 울릉도의 또 다른 명물인 한치를 먹으로 도동항으로 향했습니다.
한치는 오징어와 정말 비슷하게 생겼는데, 오징어와 비교하면 일단 다리가 짧고 식감이 부드러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릉도에서는 ‘한치를 알면 오징어를 못먹는다’고 할 정도로 그 유명한 울릉도 오징어보다 한 수 위의 맛으로 치는데요, 과연 채친 한치를 야채에 버무려 고추장과 설탕을 살짝 치니 기가 막힙니다.
취향에 따라 물을 부어 물회로 드셔도 좋고, 슥슥 밥을 비벼 먹어도 좋습니다. 국수보다는 질기지만, 씹는데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한치의 시원한 맛에 한그릇을 비워도 입맛이 가시질 않네요. 촛대바위는 어제 저녁 보기도 했지만, 오전에 예정된 행남해안산책로의 종점이기도 해서 건너뛰고 바로 내수전으로 향합니다.
▷어민회식당 :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삼리 367번지, 054-791-4874, 010-3379-4549
◯ 내수전 일출전망대
내수전(內水田)은 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고 붙여진 싱거운(?) 지명인데, 울릉도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관음도와 죽도를 내려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울릉도 분들이 최고로 꼽는 산책로인 내수전~석포길의 경유지이기도 하죠.
내수전~석포길은 크게 내수전몽돌해변 부근의 버스종점에서 삼선암이 있는 두루봉까지 이어진 7km의 울릉둘레길의 일부를 말합니다. 내수전을 대중 교통으로 가려면 도동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내수전 몽돌해변에서부터 오르막을 넉넉잡고 한시간은 올라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네다섯분이 모여 사륜구동 택시를 나누어 타지 않는 이상 여행사를 통해 육로관광 B코스로 내수전 일출 전망대의 턱밑까지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눈이 아직 녹지 않은 3월이다보니, 전망대 주차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오르는데만 20분 이상 걸리더군요.
그러나...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울릉도의 동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로 환상적인 설경이였습니다. 울릉도의 거친 산세 사이로 흩날리는 눈바람과 한겨울에도 녹색으로 찬란한 죽도의 우뚝 솟은 풍광이 대조를 이루더군요. 아직가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불과 너댓명의 여행자만이 그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였습니다.
B코스의 두 번째 방문지는 봉래폭포입니다.
봉래폭포는 울릉도의 상수원으로 하루 삼천톤의 유량을 자랑하는 삼단폭포입니다. 연중 4도 가량의 바람이 흘러나오는 풍혈과 투막집 등을 관람할 수 있는데 눈이 없더라도 30분 가량 등반을 해야 합니다. 내수전 오름길의 눈상태로 보아 방문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과감하게 생략하고 도동항으로 향했습니다.
◯ 행남해안산책로 : 행남등대, 촛대바위 외
“자유시간에 손님들이 가실 곳을 추천해 드리는데, 지금까지 단 한분도 불평하신 분이 없을 정도로 좋아하시는 곳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인데, 울릉도 토박이인 호명관광여행사의 대표님이 이토록이나 단언하시는 걸 보니 저로써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더군요.
하기사 울릉도로 검색을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에 1박2일 촬영인데, 출연진이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배달레이스를 펼친 곳이 행남해안산책로이긴 합니다. 성인 기준으로 1시간 반 가량 소요되는 2.6km의 행남해안산책로는 걷지 않았다면 후회할 정도로, 아니 울릉도에 와서 반드시 걸어야할 명소 중의 명소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책로는 반드시 패키지 상품에도 ‘필수’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현재 울릉도와 관련된 블로그나 책에서도 행남해안산책로의 비중은 지극히 적습니다만, 울릉도의 첫 번째 방문지로도 손색이 없는 코스라는게 3박4일간의 울릉도 여행, 아니 전국 마흔여곳의 섬을 주유한 저의 소견입니다.
첫 번째, 화산섬 울릉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곳.
뜨거운 마그마가 만든 틈을 수억번의 파도가 세공해 빚어낸 기기묘묘한 형상의 해식동굴부터 클링커와 용암이 뒤엉켜 빚어낸 자가각력암의 신묘한 형상,
산사태로 다시 한번 흔든어 놓은 재퇴적쇄설암의 단면,
손대면 묻을 듯 붉디 붉은 적색층, 뜨거운 화산재가 눌리고 엉긴 이그님브라이트,
암석이 풍화되어 벌집처럼 숭숭 구멍 뚫린 타포니,
용암 속 기체가 뭉친 기공과 기공에 다시 암석이 채워진 행인....
울릉도 삼대 비경이 시각적으로 눈을 사로 잡는 한 컷의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행남해안산책로는 1시간 반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입니다. 마치 화산에 관한 교과서를 보는 듯 울릉도가 과거 뜨거운 액체였다는 것을 증거하는 숱한 편린을 행남해안산책로란 한편의 다큐멘터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바다에서부터 행남등대까지 ‘울릉도의 수직’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충만한 제주도 올레길에서도, 서해의 비바람에 다듬어진 홍도의 기암괴석에서도 만날 수 없었고 느낄 수 없었던 파격적인 곡선과 직선이 조우하는 울릉도의 진면목은 오직 행남해안산책로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해식 동굴의 경계선마다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너노라면, 발 밑으로 부서져 가는 포말이 마치 눈 앞에 다가올 듯이 튀어 오릅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행남등대에서 저동항 사이에 설치된 꽈배기 모양의 수직 계단과 색색의 구름다리! 무려 57미터에 달하는 꽈배기 모양의 계단을 내려가노라면, 1박2일에서 가수 김종민이 무섭다고 호들갑떠는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되더군요.
신비로운 코발트빛, 아니 울릉도빛 바다가 펼쳐지면서 바다 밑의 바위가 천연덕스럽게 자태를 드러낼 때 평생 도시에서 회색빛만 만나오던 여행자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동항으로 향하는 십수분은 발걸음을 떼기가 아까울 정도로 환상, 비경 따위의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도 없는, 천만 화소의 카메라로도 담을 수 없는... 그런 장면을 선보입니다.
행남등대 2층에는 국내 주요 등대와 울릉도의 풍경을 담은 소박한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으며, 뒤켠에 저동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좌측으로 내려다 보는 촛대바위, 북저바위, 관음도, 죽도는 내수전에서 우측으로 내려다보는 것과 또 다른 맛이더군요.
직접 방파제에 올라 지켜다본 촛대바위는 저동항에서 멀찍이 쳐다볼 때와 달리 꽤나 높고 크고 거친 형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동마을의 사내들에게 촛대바위는 먼 바다를 헤치고 돌아오는 그들에게 마치 고향에 도착했다는 신호와 같았을 겁니다. 아내들에게는 남편과 자식의 무사귀환을 비는 구심점 역할을 했을테구요.
실제로 촛대바위에는 늙은 아버지의 귀환을 바라는 딸이 며칠밤을 울다가 바다를 향해 나가던 중 굳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딸치고는 형상이 제법 거칠긴 하나, 효녀바위라고도 불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