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N칼럼 [동상(하이)이몽] 외국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상하이② - 프랑스

TTN칼럼 [동상(하이)이몽] 외국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상하이② - 프랑스: 2014.03.11 00:03 입력

<파리의 명문대학 H.E.C(Hautes Etudes Commerciales) Paris에서 재무회계를 전공하는 AEIN Philippe이 바라본 상하이>

 
“It's raining ;( I'm so sad.."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 아침, 필립으로부터 도착한 메시지였다. 인터뷰 날짜를 잡고 오늘이 오기까지 뭘 입을지, 어떤 가방을 들지 고민을 하던 필립이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필립은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인터뷰를 위해 신천지에 있는 프랑스 음식점을 예약해 두었다고 했다. 신천지(新天地 : 신티엔티)는 예전 프랑스 조계지였던 타이창루와 싱예루 일대 스쿠먼의 낡은 집을 허물고 세워진 고급스런 쇼핑과 문화의 거리이다. 상하이에 와보면 꼭 한번쯤은 들려봐야 하는 서구 문화와 중국 전통 문화가 한데 모인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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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src="http://themetn.com/PEG/13945501827043.jpg" width="580" align="absMiddle"></td></tr></tbody></table>
 
 지하철을 타고 가며 가벼운 질문들을 주고받았다.

 
H : 상하이에 오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P : 너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져도 되냐! 질문도 평소에 대화하듯 해주면 좋겠다.

 
H : 알았어 알았어! 상하이에 왜 왔다고 했지?

 
최대한 평소처럼 대하려 노력했지만 필립은 어색한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P : 아버지, 어머니가 중국계 프랑스인이야.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프랑스에서 자랐어. 이게 첫 번째 이유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부모님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또한 상하이는 프랑스 내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꼭 한번쯤 가볼만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어. 무엇보다 상하이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상하이로 모인 각국의 친구들과 젊음을 불사르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지만!

 
H : 실제로 프랑스에서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아?
P : Of course!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중국어의 가치를 알고 중국으로 넘어오는 프랑스인들이 의외로 많지. 

 
H : 나도 그 말을 듣기 전엔 유럽에서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상하이에 오기 전에 가졌던 편견이 있었을 것 같은데?
P : 단순히 상하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편견이었지. 중국이 더럽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에 중국인들 또한 잘 씻지도 않고 냄새가 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어.

 
H : 그거 200% 공감!! 한국에선 내 친구들도 그런 편견을 갖고 있어. 그래서 중국에 오기 싫어하는 친구도 있고. 그 편견은 깨졌어? 어때?
P : 상하이에서 반년을 생활해보며 느낀 점은 상하이는 더럽고 냄새나는 도시가 아니라는 점. 물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거리도, 사람들도 있겠지만 파리도 역시 그런 곳은 있어. 서울도 그렇잖아? 인도에 비하면 이곳은 파라다이스야.
 
 두 번째는 중국인들은 무례하고 신경질적이라 생각했었어. 중국어의 성조 때문인지 실제로 사람들 목소리가 크잖아. 처음에 많은 오해를 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 내 편견 속에 존재했던 중국인들로 인해 피해를 본적도 없었고. 물론 가끔 간접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경험하긴 하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

 
H : 나도 처음 중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할 때, 은행에서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며 싸우는 줄 알고 긴장했었다? 옆에 있던 학교 선배가 긴장 풀라고 저건 그냥 일상적인 대화라고 하더라.
P : 10000% 공감!! 아참, 중국은 정말 위험한 곳이라는 편견을 빼먹을 뻔 했네. 여기서 내 편견이 가장 많이 깨졌어. 파리에 비하면 상하이는 정말로 안전한 곳인 것 같아. 파리에서 가끔 길을 걷다보면 낯선 이들이 다가와 비아냥거린다던지 구타까지 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중국은 여전히 사형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한 것은 아니겠지?? 

 
 한창 일상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다 보니 신천지 역에 도착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프랑스 음식점으로 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나는 프랑스 음식을 잘 모른다.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초등학교 때 천자문을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눈치를 챈 것인지 필립은 음식들을 주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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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 중국에 대한 편견들이 좋은 쪽으로 깨졌다니 뭔가 의왼데? 나도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중국 사람들을 떠올리면 웃통을 벗고 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그려지더라. 중국에 와서 프랑스와 다른 문화로 인해 컬쳐쇼크(Culture Shock)를 경험해 보았을 것 같은데
P : 누구나 다 있을 거야. 이곳 사람들은 너무 사적인 질문을 많이 해! 이를테면 "부모님은 뭐하시니", "일 년에 얼마를 버시니"와 같은 질문들. 이보다 더 자극적이고 사적인 질문도 있었지만 인터넷에 업로드 되면 미성년자도 볼 것 아니냐.

 
H : 나중에 나한테만 살짝 얘기 해주라. 그 전에 건전한(?) 컬쳐쇼크가 또 있다면 얘기해줘.
P : 운전자들의 거침없음을 얘기하고 싶네. 보행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면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곳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지더라도 거침없이 보행자 사이를 질주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상하이를 방문하려는 독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교통이 혼잡할 경우 초록불이 켜지더라도 꼭 다섯을 세고 길을 건너라는 것. 난 분명히 당부했다!

 
 한창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음식이 나왔다. 그냥 한국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는 바게트 빵과 버터로 추정되는 것이 두 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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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이걸 칼로 조금씩 베어서 빵에다 발라 먹어봐.

 
 그 버터 같은 조각을 칼로 베어 빵에 발라먹으며 나는 그 것이 푸아그라(거위의 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면서 푸아그라를 먹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적당히 살고 볼 일이다.

 
H : 패션에 관심이 많으니 상하이 사람들의 패션도 유심히 보았을 텐데 이곳 사람들의 패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참고로 난 남자가 하트모양 헤드셋을 끼고 다니는 걸 봤다.
P : 솔직히 말할게. 이해할 수 없는 패션들이 너무나 많아. 다 개성이겠지. 하지만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사실 우리가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다면 괜찮아 보일 수 있다? 2년 전에 왔을 때에 비하면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진 건 사실이야. 실제로 신천지나 푸동과 같은 곳에 가면 멋스럽게 옷을 입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어. 언젠가 상하이도 패션의 중심지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H : 잘 모르겠는데..?
P :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고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필립이 주문한 요리들을 먹으며 진지한 질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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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 앞으로 무엇이 하고 싶어? 미래 계획은 세웠어?
P : 첫 번째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거. 그 후에 연수를 받고 있는 푸단대학교에서 경제학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싶어. 내가 다니고 있는 H.E.C paris를 졸업한 이후 중국에서 사업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 중국 경제의 기초를 전반적으로 배우고 중국에 대한 생생한 정보들을 얻고 싶다.

 
H : 이곳에서 어떤 사업을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P : 사실 아직까지 확실한 아이템은 없어. 하지만 내 전공이 재무회계인 만큼 내 전공을 살리고 싶은 생각은 있어. 한 가지 생각해본다면 푸단대학교만 하더라도 건물은 정말 웅장하고 멋있지만 모든 서류업무를 손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걸 좋은 쪽으로 개선할 방안을 생각해본다면 뭔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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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마치고 가랑비 내리는 신천지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길, 나와는 다른 시선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보았다. 스펙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꿈을 꾸며 일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필립. Thank you so m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