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대로 ‘꿈답하고’ 있습니까?
꿈에 관한 몇 가지 유감
‘꿈’이라는 게 어느새 사회적 폭력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는 무섭고 까마득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_꿈이 있으면 어떤 고난도 아름답다
_지금 당장 미칠 수 있는 것 찾아야
_꿈 찾아야만 길 보여
_꿈 이루고 싶다면 악바리처럼 견디는 게 최선
_더 큰 꿈을 꾸는 25인
당장 ‘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청(소)년 대상 멘토링과 언론보도의 주요 메시지다. 사회문제와 청년문제가 꿈이라는 미명하에 마땅히 견뎌야 하는 영광스런 고난 정도로 포장되는 시대. 꿈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들은 흡사 낙오자인양 여겨진다. 측량할 수도 없고 측량 되어서도 안 되는 꿈이라는 가치가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무게 달아 비교된다, 어떤 꿈은 다른 꿈 보다 더 크고 고귀하다고.
심지어 꿈마저도 속도와 높이를 두고 경쟁을 요구 받는 현실이 불쾌감을 넘어 기형적으로 여겨지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작 꿈이란 무엇이고, 어떤 질문들을 통해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에 대해선 아무도 힌트를 주지 않는다.
관계맺기와 연대라는 제2의 꿈답
지난주 나는 ‘꿈답하라 2014’라는 프로그램에 멘토 자격으로 초청받아 홍콩을 다녀왔다. 홍콩과 한국, 또 유럽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꿈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를 인터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꽤 흥미로운 의문이 생겼다. 꿈에 관한 이런 고민들이 이들을 정말 돕고 있는가? 매우 치밀하게 작동하는 꿈의 폭력적 기제에 휘둘리지 않고, 부단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꿈을 궁구하도록 이들을 자력화 하는가?
그리고 나는 의외의 곳에서 그 해답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이 친구들이 악수하고, 어울리고, 어깨를 기대는 모습. 서로의 꿈을 관찰하고 느끼는 광경. 그것은 서로 다른 땅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의 ‘관계맺기’와 ‘연대’였다.
고작 1~2주 간의 꿈 토론을 통해 이들이 정말 꿈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천만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타인의 꿈을 묻고, 서로를 만지고, 한 덩어리로 연결됐던 경험- 이 체득만큼은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각자의 뿌리가 될 것이다.
달 여행을 통해 지구를 보는 사람
1968년 미국의 아폴로 8호. 지구 바깥의 천체- 달의 표면을 탐사할 목적으로 지구를 떠난 최초의 유인 우주선.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폴로 8호가 보내온 최초의 사진은 달 사진이 아니었다고 한다. 인류를 감동시킨 첫 번째 사진- 그것은 지구의 사진이었다. 검은 우주 가운데 푸르게 빛나는 우리별의 사진 말이다. 달을 향한 탐사를 통해서 비로소 인류는 가장 선명한 지구를 볼 수 있었던 것.
나는 혹시 꿈을 찾고 이루는 우리의 길고 먼 여행에서, ‘연대’의 경험이 ‘달을 향한 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남과 다른 오직 나만의 꿈’에서 조금 벗어나 다른 사람의 꿈과 공동체의 꿈을 들여다보고, 그러며 뒤돌아 나를 발견하고 비추는 여정 말이다. 적어도 속도와 크기를 비교하고 경쟁하는 ‘남보다 더 빠르게 더 큰 꿈 찾기’ 전쟁보다는 더 지속가능 하지 않겠는가.
또, 모두가 반드시 남과 다른 엄청나고 특별한 나만의 꿈을 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다른 사람과 함께 꾸는 꿈, 그 교집합 속에서 힘을 갖는 꿈, 그래서 같이 나눠 꿀 수 있는 꿈도 세상에는 얼마든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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