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루트와 비교하면 밋밋한(?) 한시간 남짓의 트레일 코스에 불과하지만, 악마의 목구멍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과 이과수 폭포를 시선 아래로 조망하면서 열대 우림을 거닐어 볼 수 있다는 아기자기한 점은 분명 브라질 루트만의 강점이다.
아쉬운 점은 지리적으로는 인접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루트를 한 획으로 그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버스로 삼십분이 소요되는 이과수 폭포 매표소로 가 관람을 한 후 다시 국경을 넘어 브라질 이과수 폭포 매표소로 이동하기까지 한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패키지 여행자야 문턱에서 문턱까지 버스로 이동하니 별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배낭여행자는 이동만으로도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넉넉잡고 하루 반에서 이틀을 이과수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새벽 7시 반 푸짐한 조식 뷔페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니 햇살이 뜨겁지도, 바람이 세차지도 않은 전형적인 열대 도심의 날씨가 느껴졌다. 그러나, 오늘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비와 조우하게 될 줄이야.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의 격차가 큰 아르헨티나의 특성상 사설환전소를 이용하는게 일반적이다. 오늘은 옵션투어와 점심 식사값에 쓸 50불만 환전. 495페소가 손에 들어오니 왠지 뿌듯해 진다. 지폐 상태가 썩 좋진 않으나(특히 10페소 미만의 경우) 사용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단다.
아르헨티나 국경은 싱겁게 통과했다.
직접 대면으로 인터뷰하는 과정조차 없이 여권을 걷어서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이과수를 당일로 다녀오는 여행자를 고려한 합리적인 절차로 보인다. 국경이라고는 하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화장실과 작은 매점도 슥 들러 보고, 다시 삼십분을 달려 이과수로 향했다.
이과수 매표소에서 아르헨티나의 첫 여행을 시작했다.
8시부터 부랴부랴 입장했으나, 기차역에서 대기 시간을 이삼십분씩 잡아 먹는 바람에 ‘악마의 목구멍’ 기차역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11시경. 1.1km의 왕복 트레일을 마치고 12시에 돌아오려니 정작 관람 시간은 딱 10분.
그러나, 단 1분만에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옥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까? 지구상의 물을 한 곳에 쏟아 붓는 듯한 거대한 반원형의 계곡에 수천수만톤의 물을 흘러내리는 장관! 문득 그 어떤 생물체도 저 곳에서는 존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솟구치는 물보라와 낮은 구름이 엉겨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겠는가. 폭포의 소리만으로도 귀가 먹먹해,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려면 목소리를 키워야 할 정도.
물안개 때문에 카메라에 물이 튀기 시작했으나, 이런 장관을 언제 또 다시 보겠는가란 욕심에 셔터를 셀 수 없이 눌러댔다. 설상가상으로 하늘에서도 비가 내리기 시작해 결국 카메라 렌즈에 습기가 차고 말았다. 지금까지 비오는 날 사진 몇장 찍어도 큰 문제 없었는데, 과연 ‘악마의 목구멍’의 명성 때문인지 무리하게 연사를 한 탓인지 속상하다.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다음 기차를 기다리자니 온 몸은 젖었고 비는 오고...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시간 만에 비는 그쳤지만, 보트투어를 하러 가는 내내 온 몸이 꿉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보트투어는 그 자체도 경이로운 경험이지만, 가는 노선 자체가 환상적이였다. 단순히 압도적인 스케일을 뽐내는 ‘악마의 목구멍’에 비해 아기자기한 폭포수와 열대 우림을 섞어서 선보이는 트레일 코스가 인상적이였던 것.
보트투어는 사실 12분의 짧은 시간이였지만 폭포를 단순히 둘러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 앞머리를 폭포 밑에 쳐넣는(?) 드라이빙으로 여행자를 수영장으로 초청하는 서비스 덕에 이과수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수단으로는 다가갈 수 없을 폭포를 출렁거리는 강물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옵션 투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옵션이다. 물보라 때문에 촬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다음번 폭포 취재시 카메라 방수팩은 필수다!
젖는다기엔 물에 빠진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수영복과 수경까지 준비한다면 완벽한 이과수 여행자일 것. 대부분 간단한 바지와 티를 입고 오나, 한국과 일본인의 경우 튼튼한 우비와 등산복을 입고 온다는 것도 차이. 신발만 해도 신발을 신고 오는 여행자는 대부분 동양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보트투어를 마치고 나니 2시. 슬슬 배가 고프다.
기차역에서 주주장장 기다리느니 걸어서 15분 거리의 입구 레스토랑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길 자체가 아름다워서 탁월한 선택이였다. 200페소짜리 고기부페를 비롯해 간단한 매점 등이 있으나 68페소짜리 군만두 세트와 음료수를 택했다. 어짜피 한번쯤 먹고 싶은 메뉴였는데, 딱 좋았다. 아르헨티나식 브런치랄까. 고기부페는 결정적으로 고기가 질기다는 평으로 대부분 과일류로 드셨다고.
* 출처 : <원코스 남미 : 브라질>, 삐급여행(조명화), 테마여행신문 T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