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미국의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자신의 저서 『도시의 승리』를 통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가 가진 저력과 그 가치를 논한다. 그는 특히 도시, 나아가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도시를 창조한 인간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배우며 살아가는데, 도시 안에서 사람 간 인접성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시는 자신의 창조자인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도시에 모인 사람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면서 도시도 혁신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일본 메이지대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 또한 자신의 저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서 도시가 세계사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이 도시를 만드는 인간의 특성에 주목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어느 시의 구절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로 인해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면서 도시가 만들어진다. 본래 문명의 탄생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물건을 교환하는 것, 즉 도시화로부터 시작되었다. 물건과 정보 교환이 번잡함을 만들어내면서 그곳에서는 ‘다양성’이 생겨났고, 이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도시가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도시의 번영은 곧 국가의 번영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도시는 이를 만든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해 성장하고,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 더 나아가 소속된 국가의 양적·질적 발전을 가져온다. 유네스코가 2004년부터 운영해 온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또한 인간-도시-국가의 유기적 관계에 착안해 시작된 사업이다.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각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도시들 간의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회원국 도시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장려함으로써,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 증진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네스코는 범세계적 개발 목표인 ‘새천년개발목표’의 후속으로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6-2030년)의 17가지 핵심 목표 가운데, 11번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정주지 조성’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창의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민간 부문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도국 문화산업의 국제시장 진입을 장려한다. 또한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현대미술, 패션, 공예,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1) 국제협력 강화, 2) 창의성 및 혁신의 허브 개발 및 관련 기회 확대, 3) 도시 발전을 위한 창의성의 핵심 요소화, 4) 문화 생활에 대한 접근 및 참여 향상, 5) 창조/생산/분배/배포 강화, 6) 지역 발전 전략 및 계획 내 문화 및 창의성의 충분한 통합 등 창의도시 네트워크 관련 6가지 핵심 임무를 지정해 이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회원도시는 공식적인 유네스코 이름과 로고를 사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에 속한 다른 도시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각 도시의 고유한 문화자산과 사업을 유네스코 웹사이트에 게재해 홍보하고, 국제적으로도 해당 도시의 사업을 널리 알릴 수 있다.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도시는 별도의 정해진 기한 없이 계속 활동할 수 있으며, 탈퇴를 희망할 경우 유네스코에 공식적으로 탈퇴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한국의 유네스코 창의도시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 이천, 전주, 통영, 부산, 광주(출처: 유네스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문학, 영화, 음악, 공예와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아트, 음식 등 7개 분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청 도시의 문화적 특성과 환경, 선호에 따라 이들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016년 9월 현재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도시는 총 54개국 116개 도시이다. 한국은 총 6개의 창의도시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디자인 분야, 2010년 가입), 이천(공예와 민속 예술 분야, 2010년 가입), 전주(음식 분야, 2012년), 광주(미디어 아트 분야, 2014년 가입), 부산(영화 분야, 2014년 가입), 통영(음악 분야, 2015년 가입)이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20세기 미국 최대의 도시이론가 루이스 멈퍼드는 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시의 주된 기능은 힘을 실질적인 형태로, 에너지를 문화로, 사장된 문제를 예술의 살아있는 상징으로, 생물학적 재생산을 사회적 창의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도시는 고층 빌딩처럼 고정된 존재가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간처럼 탄생과 성장을 거듭한다. 인간이 교육을 통해 내재된 잠재력을 증폭시키는 것처럼, 도시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는 원동력은 인간의 창의성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와 도시의 동반 성장 및 공존은 향후에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자료]
-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해냄출판사, 2011)
- 사이토 다카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뜨인돌, 2014)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길잡이: 창의도시 신청에서 가입까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3)
- 유네스코 홈페이지(unes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