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주인공 앨리스와 함께 수많은 등장인물들(상당수는 동물이다)이 겪는 신기하고 환상적인 모험은 무척이나 즐겁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필자는 가슴 한 편이 먹먹해지곤 한다. 바로 도도새(Dodo)가 등장하는 장면에서이다.
지금 우리는 도도새를 실제로 볼 수 없다. 1681년 이후로 도도새는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멸종되었다. 300여 년 전 도도새가 살고 있던 인도양의 모리셔스는 무인도이자, 온순한 조류 외에는 위협적인 포식자가 될 포유류도 없던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도도새의 날개는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작고 쓸모없게 퇴화되었다. 또한 그 때문에 도도새는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가던 순진한 생명체였다. 도도새의 이름은 1505년 최초로 모리셔스 섬에 발을 들여 놓은 포르투갈 인들이 지어주었는데, ‘어리석다’는 뜻의 포르투갈어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인간들은 모리셔스를 향료 무역을 위한 어선들의 중간 경유지로 만들었다. 50파운드의 무게가 나가는 도도새는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선원들에게 매우 좋은 사냥감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수의 도도새가 죽어갔다. 이후 네덜란드 인들이 이 섬을 죄수들의 유형지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들 죄수와 함께 돼지와 원숭이, 섬을 드나들던 선박 안의 쥐들이 모리셔스로 들어오게 되었다. 인간은 다 자란 도도새를, 인간과 함께 섬을 장악한 포유류들은 도도새의 알을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소비했다. 결국 포식자들이 유입된 지 100년 만에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던 도도새는 생태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도도새의 모습(출처: 위키피디아)
도도새의 슬픈 운명은 이들만의 비극이 아니었다. 도도새가 사라지자 모리셔스에 자라던 특정 나무의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 나무의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도도새의 도움(도도새가 나무 씨앗을 먹고 배설해야 이것이 싹을 틔울 수 있었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19세기에 들어와 모리셔스의 울창한 숲이 차와 설탕 재배를 위한 플랜테이션으로 변하면서, 이 섬에만 서식하는 45가지 종류의 조류 가운데 21종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다.
특정 생물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 상태에서 평균적으로 관다발식물은 1년에 1종이, 척추동물은 100년마다 약 90종이 사라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그러나 근대 사회에 들어 이 속도가 빨라졌다. 1600년대 이후 약 400여 년 동안 고등식물은 584종이, 동물은 488종이 사라진 것으로 기록되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관할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지구상에서 사라진 종이 791종이며, 이 중 동물이 707종으로 약 90%에 달했고 식물은 84종이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 감소의 가속화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그 책임이 있다. 인간의 이기심은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외래종을 퍼뜨려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육지와 바다에서 마구잡이 남획이나 벌목으로 일부 생물종의 씨를 말리고, 환경과 생태계를 오염시켜 생물들이 살기 어렵게 만들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과 발전 국제회의(일명 ‘리우 회의’)에서 「생물다양성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제정되었다. 이 협약은 서식지 보호 등으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촉진한다. 또한 유전자원의 이용에서 나오는 이익을 유전자원 제공국과 사용국 간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물다양성에 관한 협약」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가의 의무로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가 전략 수립, 생물다양성 조사 및 모니터링, 보호지역 설정, 종자은행 설립, 생물다양성 보전을 고려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을 규정한다. 아울러 「생물다양성에 관한 협약」은 개발도상국-선진국 간 협력 촉진을 위해 다른 나라가 보유한 유전자원에 접근하려면 사전에 해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 도입, 생명공학 기술 같은 생물다양성 보전 기술의 개도국 이전, 유전자 변형 생물의 안전한 국가 간 이동 및 관리를 위한 의정서 채택, 개도국의 협약 이행을 위한 재정 지원에 관한 조항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유네스코는 유엔이 지정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 5월 22일)과 ‘생물다양성의 해’(International Year of Biodiversity, 2010년), ‘유엔 생물다양성 10년’(United Nations Decade on Biodiversity, 2011-2020년)을 통해 생물다양성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한편 유네스코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서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유네스코의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Man and the Biosphere program)에 따라,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그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키기 위한 지역사회의 창의적인 노력을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MAB는 1971년 인간-자연환경 간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국가 간 연구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으며, 자연 및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 간 접근을 장려하고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및 생물다양성의 보전, 그리고 인간과 전 세계 환경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존 보호지역이 주위에 거주하는 인간과 차단된 지역이라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역이다 그러기 위해 생물권보전지역은 ‘핵심지역, 완충지대, 전이지역’으로 구성된다. 핵심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엄격히 보호되는 곳으로, 연구와 모니터링 활동만을 허용한다. 완충지대는 핵심지역을 둘러싼 지역으로, 환경교육이나 생태관광 같은 활동이 허용된다. 전이지역은 농업, 어업, 축산업 같은 다양한 경제 활동이나 주거지로 이용되며, 지역 주민이 생물다양성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기 위해 정부,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과 협력하는 곳이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특별한 곳’인 생물권보전지역은 매년 각국의 신청을 받아 유네스코가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2016년 7월 현재까지 120개국에 669곳의 생물권보전지역이 지정·관리되고 있다. 한반도에는 총 9곳이 지정되어 있는데, 남한에 5곳(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고창)이, 북한에 4곳(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를 제시하는 그림(출처: http://goo.gl/cgfawt)
스웨터는 수많은 올이 엮여져 하나의 옷으로 존재한다. 그 올이 한번 풀리면 걷잡을 수 없이 스웨터는 망가지게 된다. 얼핏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올과 올 사이의 연결고리는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구성요소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의 균형에 생긴 작은 금은 미리 손보지 않으면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으며, 언제나 그 위협의 주축은 인간이다. 약 250만 종의 생물이 함께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네스코는 인간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생물권보전지역은 인간이 자기중심적 사고인 ‘ego’에서 벗어나, 생명공동체 지향적인 ‘eco’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물다양성의 대표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두산백과, “도도새” (http://goo.gl/av0OIS)
- 네이버 지식백과, “도도새” (http://goo.gl/4UCdYR)
- 네이버캐스트, “생물다양성의 역사” (http://goo.gl/MRwhTd)
-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Dodo)
- 한국국제이해교육학회, 『모두를 위한 국제이해교육』 (도서출판 살림터, 2015)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3 생물권보전지역 유네스코학교 프로그램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