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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N칼럼 당신이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말해달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을테니; 2013.10.25 18:24 입력

조명화 편집장 editor@theme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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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답하기는 쉽지 않다. 여행을  단순히 단체 여행 혹은 개인 여행으로 구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모름지기 여행의 고수라면 개인 여행이지 하는 식으로.
그러나, 이제는 인원만으로 여행을 구분하기엔 상황이 복잡해져 버렸다. NGO 단체에서 선교를 위해 인도의 첸나이로 가는 이들, 국제협력단으로
동남아 국가에 몇 년씩 봉사하러 가는 전문가들을 비롯해 국제회의니 해외워크캠프에 정부간 문화교류까지… 출입국
보고서에 박힌 [출국 목적 : 관광]이란 문장만으로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한국과 세계의 관계를 정의하기에는 버겁기만 하다.<o:p></o:p>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여행을 했고 하고 있으며 할 것인가. 그 답변이 언젠가 [당신]이란
존재를 설명하는 프로필이 될 것이다. 주말이면 야구장에서 고래 고래 응원하는 서포터즈가 정작 취미란에
골프라고 적는다면 면접관에게는 그가 최소한 돈은 좀 있어 보인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면 으레 소주를 기울이던
이가 소개팅에서 실낙원의 샤또 마고에 대해 논한다면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인다. <o:p></o:p>

여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의 영원한 로망으로 유럽 배낭 여행을 어찌 빼놓을 수 있겠는가만은 왜 꼭
유럽이여야만 할까.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아직 당신이 발자국을 찍지 못한 대륙이 세계 지도 안에
가득하기만 한데 왜 우리는 어학연수하면 미국, 배낭 여행은 유럽이란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은 유럽을 가고 싶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바로
유럽을 가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는 의미이다. 나는 왜 유럽을 가고 싶은가? 에펠탑과 대영박물관 외에는 딱히 유럽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샹젤리제
거리에서의 사진 한장을 위해서라면 유럽여행경비는 턱없이 아깝기만 하다.<o:p></o:p>

당신이
인도의 혼재된 종교에 대한 흥미보다 프랑스의 기독교 예술사에 대한 관심사를 표명한다면, 필리핀의 산미구엘보다
스웨덴의 앱솔루트 보드카에 취하고 싶어한다면 한번 더 생각해 보자. 당신의 말하는 여행에 혹시 과도한 [포장]이 있지는 않은가?<o:p></o:p>

어학
연수니 학점 교류를 일년씩 다녀온 부럽기만 한 친구와 선배들이 한 반에 못해도 열 댓명씩은 있다. 남들이
못가지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기에 그들이 보고 온 세상은 얼마나 넓고 깊어만 보이던가.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시작되는 유럽의 어느 마을의 친구들이 보여준 따뜻함과 미국이며 캐나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경험담들은 어찌나 화려해 보이기만 하던지. <o:p></o:p>

그런데, 몇가지 의문이 든다. 정작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 온 것치고는 왜
영어 발음이 영 시원치 않은걸까? 못해도 수백만원씩 쏟아 부었을텐데 맛있는 레스토랑과 쇼핑꺼리 밖에
관심이 없었나봐. 해외 대학까지 나오고 왜 굳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으로 돌아온 건데? 우리가 생각하던 그 [여행]이란게
고작 이런 건 아닐꺼라고 애써 믿고 싶다만, 우리는 한꺼풀의 붉은 리본을 매달기 위해 손쉽게 [여행]이란 포장법을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 여행이란Britain혹은 USA란
직인 하나 얻기 위한 포장치곤 너무나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던가. <o:p></o:p>

여행
또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피할 수 없는 혹은 피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라면 당연스레 약간의 포장과 다소 과도한 대가를 치루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20페소를 깎기 위해 언성 붉혀 가며 서너 가게를 순회하는 것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듯이. 그러나,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는 이유로 호텔에서 고객으로써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룸 서비스조차 받아 내지 못하는 것처럼 한심해 보이는 것도 없다.<o:p></o:p>

4월부터
직접 여행 동아리를 하나 만들었다. 물론 싸이니 다음에는 회원수 수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여행카페가 가득하다. 그러나, 여행카페에서 얻을 수 있는게 단순히 싱가폴 여행 정보와
인도 여행자간의 회식 뿐이라면 조금은 아쉽다. 그래서, 세계견문록이란
이름도 거창하기 그지 없는 동아리를 창립한 이후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여행가와의 만남을 주최한 것이다.
매달 여행책을 쓴 저자와 만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생한 간접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유럽에
가본 이들을 만난다면, 그들이 쓴 유럽 여행기에 담지 못했던 그 무언가까지 들을 수 있으리라 소망했다. 반년이 흘렀다. 다행히 내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o:p></o:p>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반년간 운영해 오다보니
참가 회원들도 20대요, 초빙한 작가분들 또한 20대다. 그러다 보니 피피티로 여행 계획과 경비를 설명해 주던 딱딱한
세미나는 어울리지 않았다. 약간은 어두침침한 여행 카페에서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듣는 남미의 유우니
사막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근사한 책까지 낸 작가가 외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는 또 어찌나 재밌게만 보이던지. 여행이 뭔지 잘 모르겠다면,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그냥이란
답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먼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 보자.
그들의 여행 경험과 철학을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넘어서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니까. <o:p></o:p>

축구
선수 나카타가 은퇴 후 세계여행을 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곧 인생이다.” 축구 선수답지 않게 근사한 여행 철학 아닌가. 이 말 한마디에
그의 남은 인생이 축구장에 있는 것 못지 않게 멋질 것이란 느낌이 든다. 멋진 놈 같으니. 최초로 달을 밟은 암스트롱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라고 외쳤다. 세계 최초의 우주 여행자다운 표현 아닌가. 당신의 여행에는 어떤
표현이 준비되었는가?<o:p></o:p>

히말라야 산자락에 조그만 비석 하나 세워 놓고, 씨에스타 중이예요라고 새겨 넣을 수 있는 여행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바람샤워
인 라틴/윤린/미디어 월)
몽골의 초원에서 쏟아질 듯한 별빛 아래 마음껏 똥을 누워 보는 것도 맘에 든다.(러브 앤
프리/다카하시 아유무/동아시아) 혹은 갠지즈강에 몸을 담그고 그들이 날 의식하지 않게 하는 것도 근사한 생각 아닌가.(니콘 D-80 광고, 2008)<o:p></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