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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 보다 건강하게, 그러나 ‘인간답게’
‘지적 인간’과 ‘도덕적 인간’의 경계에서
2016.11.06 22:42 입력
Ms. Worldwide
ggibbang@hanmail.net
<div><font size="2" face="굴림체">‘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이야기는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왔다. 특히 어릴 적 보았던 1986년도 영화 <플라이>에 대한 기억은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서 생생하다.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이 영화는 충격적인 영상과 결말로 보여준다. 텔레포테이션(물질 전송)을 연구하던 한 과학자가 무기물을 넘어 인간을 포함한 유기물을 전송시키는 데 도전하면서 발생하는 비극이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자신의 기술을 과시해 스스로가 실험대상이 되었지만, 전송장치 안에 들어온 파리와 자신의 유전자가 결합해 하나의 유기체로 전송되면서 주인공은 파리인간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스플라이스>에서도 다종 DNA 결합체와 인간 유전자의 결합을 꾀하려던 과학자들의 만용이 생명체 ‘드렌’을 창조하면서 남성과 여성, 부부와 부모 등 인간의 모든 자연적·사회적 관계가 붕괴되는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온다.</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br></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이들 영화가 던지는 ‘생명윤리’(bioethics)의 화두는 현대사회에서 피해갈 수 없는 딜레마이다. 20세기 이후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생명윤리는 인류의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등장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와 일본군이 저지른 끔찍한 인체 실험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의학 및 생물학 연구 원칙에 대한 범세계적 관심이 증대되었고, 이 시기에 만들어진 「뉘른베르크 강령」(Nurenberg Code, 1947년)은 오늘날 생명윤리의 초석이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창설되어 과학 분야를 핵심 활동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는 유네스코 또한 생명윤리를 꽃피우는 데 한몫을 했다.</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br></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table id="news_image" class="center" align="center" width="700"><tbody><tr><td><img src="http://themetn.com/PEG/14784396420430.jpg" width="700" align="absmiddle"><div id="news_caption" class="">▲(왼쪽부터) 영화 <플라이>와 <스플라이스>의 포스터(출처: 위키피디아) </div></td></tr></tbody></table></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br></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유네스코에 생명윤리 정규 프로그램이 생긴 것은 1993년이지만, 기실 유전공학 기술이 움트기 시작한 1970년대 초부터 유네스코는 생명윤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생물학 및 의학 관련 전문가 모임 및 심포지움의 결과물이 1978년 『생물학과 윤리』(Biology and Ethics)라는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생명윤리 분야에서 유네스코의 활약은 1980년대 후반 미국 주도의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가시화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인간게놈 프로젝트 관련 국제협력 촉진을 위해 13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조정위원회(Scientific Coordinating Committee)가 구성되어 활동했고, 더 나아가 유네스코는 유전학과 생명공학의 윤리적 성찰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력의 중추로서 1993년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 International Bioethics Committee)를 설립하게 된다. 이 위원회의 설립으로 생명윤리는 유네스코 인문사회과학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36명의 독립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IBC는 생명윤리 분야 최초의 국제 공식 위원회로서, 생명윤리 관련 주제에 대한 보고서 작성, 국제 규범 마련 등의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아울러 IBC와 함께 유네스코 생명윤리 분야의 양대 자문기구인 정부간생명윤리위원회(IGBC, Intergovernmental Bioethics Committee)가 36개 유네스코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1998년에 설립되었는데, IBC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국제규범을 구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br></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1997년에 수립한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적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the Human Genome and Human Rights)은 IBC의 첫 번째 핵심 성과이자, 유네스코 70년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은 업적이었다. 1998년 유엔에서도 승인된 이 선언을 통해 유네스코는 인간게놈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모든 의사 결정에서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손상시키는 인간 복제를 금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선언은 당시 관련 분야에서 유일한 국제규범으로서 범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이후 유네스코 생명윤리 프로그램은 국제규범 제정에 더욱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2003년 「인간 유전자 데이터에 관한 국제 선언」(International Declaration on Human Genetic Data), 2005년 「생명 윤리와 인권 보편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Bioethics and Human Rights) 등을 채택함으로써, 유네스코는 생명윤리를 위한 범세계적 합의와 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후에는 새로운 국제규범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기 보다는 기존 선언들의 홍보와 교육, 평가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br></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생명윤리는 보다 건강하게, 그러나 ‘인간답게’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현대 인류의 염원을 담고 있다. 동시에 복잡하고 논쟁의 여지가 많은 ‘뜨거운 감자’이기에 현명한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인간의 지적·도덕적 영역을 전담하는 유네스코는 지금도 여전히 ‘지적 인간’과 ‘도덕적 인간’의 경계에서 침착하게 줄을 타는 곡예사로 활동하고 있다. </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br></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참고자료]</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 <유네스코뉴스> 제639호. “톺아보는 유네스코 역사 12장면 8: 생명윤리 -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지키는 방법”</font></div><div><font size="2" face="굴림체">- 유네스코 (www.unesco.org)</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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