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는 “발전이란 필연적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앞으로 나가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부터 인류의 출현까지를 ‘24시간’으로 보고 지구가 탄생한 때를 ‘00시 00분’으로 가정한다면, 500만 년 전 최초의 인류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난 시각은 ‘11시 59분 43초’이다. 상상조차 힘든 지구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인류의 존재는 극히 미미하지만, 이들은 ‘지구에게 눈 깜짝할 사이일 시간 동안’ 놀랄만한 물질적 풍요와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환경오염, 자원고갈, 빈곤문제 등 인류의 안락한 삶이 낳은 결과로, 지구는 그 생명이 다하는 자정을 향해 내달리게 되었다.
지구의 ‘지속불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낀 인류는 20세기 후반부터 지구의 지속가능한 영속을 위한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DESD, 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05-2014년)이 채택되기에 이른다. 교육·과학·문화 분야를 전담하는 유엔 전문기구이자,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 사업의 선도 기관(lead agency)으로서 유네스코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범세계적인 착근 및 활성화를 주도했다.
지속가능발전(SD, 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 국제사회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환경회의에서였다. 이후 노르웨이의 전 수상 브룬트란드 그로할렘(Gro Harlem Bruntland)의 주도로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작성한 『우리 공동의 미래』(‘브룬트란트 보고서‘, 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정의를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제시한다.
▲브룬트란트 보고서 표지(출처: 위키피디아).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 (’리우 회의‘, UNCED)를 통해 지속가능발전은 국제적 규범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이 회의에서 채택된 「의제 21」(Agenda 21)의 36장에서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전략으로서 교육의 재정향이 언급되었다. 더 나아가 1997년에 열린 Rio+5 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의 가장 부진한 성과로서 ‘교육’이 제기되면서, 2002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Rio+10’, WSSD)에서 지속가능발전의 변화 동력으로 ‘지속가능발전교육 10 년’을 제안한다. 마침내 같은 해 개최된 제57차 유엔 총회에서 이 10개년이 채택·선포되었고, 유엔은 유네스코를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의 선도 기관으로 지정한다.
유네스코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모두를 위한 교육’(EFA, Education for All), ‘유엔 문해 10년’(UNLD, UN Literacy Decade) 등 국제사회가 추진하던 여러 범세계적 교육 사업들과 연계해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 활동을 전개하는 국제이행계획(IIS, International Implementation Scheme)을 승인했다. 이 계획은 1) 양질의 기초교육에 대한 접근 개선과 유지, 2) 지속가능성을 다룰 수 있도록 기존 교육프로그램 재정향, 3)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 증진, 4) 모든 부문에서 지속가능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훈련 제공 등 4가지 핵심사항을 토대로, ‘비전 구축과 지지, 협의와 주인의식, 협력과 네트워크, 역량 강화와 훈련, 연구와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의 활용, 모니터링과 평가’라는 7가지 전략을 통해 추진되었다.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 공식 로고(출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의 이행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제1단계는 2005-2008년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 시기에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의미를 정립하고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기존의 활동 주체 및 활동들을 파악하고 네트워크 및 협력 관계를 확대했으며, 모니터링 및 평가를 실시했다. 제1단계는 2009년 독일 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세계회의 이후에 해당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이 양질의 교육의 맥락에서 발전시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면서 교수, 학습과 콘텐츠, 교육과 일/삶과의 관련성 등이 강조되었다. 2009년 세계회의 결과문서인 「본 선언」(Bonn Declaration)과 새롭게 정비된 후반기 전략에 따라, 유네스코는 지속가능발전의 3가지 주요 문제인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재난위험 경감 등을 다루는 데 지속가능발전 활동의 초점을 맞추었다.
2009년 본 세계회의 이후에도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이 마무리된 2014년까지 지속가능발전의 부흥을 위한 국제적 합의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 2012년에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 회의(RIO+20)에서 전 세계 참석자들은 녹색경제와 일자리 및 사회적 보호, 지속가능성을 위한 훈련 등을 위해 중요한 교육 관련 내용을 담아 『우리가 원하는 미래』라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아울러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 이후에도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진흥하고,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적극적으로 교육에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2013년에 열린 제3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의 후속 조치로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이 국제실천프로그램(GAP, Global Action Programme)이 승인되었고, 10개년의 마무리를 위해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회의에서 이 실천프로그램의 시작을 국제사회에 공식 선포했다. 더불어 2015년을 끝으로 마무리된 범세계적 개발 목표인 ‘새천년개발목표’의 후속으로서, 유엔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6-2030년)를 공식 발표했다. 17가지 핵심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된 이 새로운 개발목표에 ‘교육’에 대한 내용이 포함(4번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됨에 따라, 향후에도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확장 및 영향력 증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적극적으로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발전목표’ 다이아그램(출처: 유네스코).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양적 발전을 이루면서 인류는 보다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동시에 환경-사회-경제의 균형을 간과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속가능발전은 현재 세대가 혼자 나아가기 위함이 아닌,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인류의 범세계적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절실하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불가능한’ 지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청사진이다.
[참고자료]
- 오혜재, 『육아정책포럼』 제32호(2012년 9/10월호). “영유아 보육 및 교육 분야 국제사회 동향과 과제 -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육아정책연구소, 2012)
- 오혜재, 『교육연구정보』 제65호.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강원도교육연구원, 2014)
- 유네스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그리다: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2005-2014) 최종 보고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6)
-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prkoica/22069990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