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민전선군 병사의 죽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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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취재 정신을 일컬어‘카파이즘(Capaism)’이라 한다. 이 말은 오늘날 사진기자들에게 이론의 여지가 없는 뚜렷한 직업 정신을 일컫는다. 카파이즘은 헝가리 출신의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1913~1954 본명 : Andre Fridmann)에서 비롯됐다.
카파는 스페인 내전 때 종군기자로 전쟁에 참여했다. 이 전쟁터에서 찍은 〈어느 인민전선군 병사의 죽음〉이라는 사진 한 장이 스페인 내전을 고발하는 대표적인 사진이 되었으며, 이 사진은 그 후 종군기자들의 살아 있는 지침이 되었다.
그는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으로, 공산당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유로 고국으로부터 추방되어 독일 베를린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망명 중인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Leon Trotsky, 1879~1940)의 코펜하겐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그 장면을 취재함으로써 사진기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독일에 1933년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파리로 무작정 도망쳤다.
여기서 타로(Gerda Taro)라는 여(女)기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앙드레와 급속히 친해졌다. 남자에게 묘한 매력과 사진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녀는 자신이 프리랜서로 일하는 신문사에 그의 사진을 팔기 시작했다. 프랑스어가 서툰 도망자 앙드레에게 그녀는 구세주와 다름없었다. 얼마 후 그녀는 아예 자신의 일을 집어치우고 앙드레의 사진을 파는 일에 전념했다.
이후 그녀는 앙드레를 유대인이 아닌 미국인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로 둔갑시키기에 이른다. 도망자이기에 가명을 쓰게 한 것이다. 그때부터 앙드레 프리드만은 사라지고 미국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가 새로 탄생했다. 그녀는 가공인물, 카파의 사진을 비싸게 팔았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카파가 가공인물이라는 사실이 들통 났다. 그렇지만 당시《뷰(Vu)》매거진 편집장 루시엥 보겔(Lucien Vogel)은 카파의 실력을 인정해 그에게 계속 일감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카파와 타로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동거인이자 동업자가 되었다. 카파는 타로에게서 말을 배우고, 그녀에게는 사진술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1936년,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그들은 함께 프리랜서 종군기자가 되어 전쟁터로 떠났다. 이때 카파는 포토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어느 인민전선군 병사의 죽음〉을 찍어 신문에 게재하는데, 이 사진이 불멸의 특종 전쟁 사진이 된다.
한 병사가 참호를 빠져나와 언덕 아래로 내달리다 총알을 머리에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사진기에 담아낸 사진이었다.그러나 불행은 행운의 깃을 타고 오는 것일까? 스페인 내전의 사진 한 장이 카파를 일약 대스타로 만들지만, 카파는 영원한 사랑 타로를 이 전쟁터에서 잃는다. 후퇴하는 인민전선군의 탱크 바퀴에 타로가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그는 타로가 죽은 뒤 슬픔을 이겨내려는 듯 더욱 도전적으로 일에 전념했다. 카파는 적잖은 명성과 부를 가졌음에도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는 전쟁터만을 찾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뒤 종군기자로서 카파의 명성을 한 번 더 세계적으로 알린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 6월 6일 미군의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 취재였다.
수많은 병사가 빗발치는 총탄에 쓰러져 나갔다. 그는 이 장면을 그들 틈에 끼어 카메라 두 대에 담아냈다. 이때 필사적으로 찍은 사진 106장을〈라이프〉지에 송고했는데, 신문사 암실 기사가 필름 인화 과정을 빠르게 하려다가 감광유제가 녹아버려 프레임 열한 개에서 단지 여덟 장만을 건지게 되었다. 이때《라이프》지 편집담당자는 초점이 흔들려 선예도가 많이 떨어진 사진 한 장을 어쩔 수 없이 신문에 실으며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런데 이 사진이 오히려 전투 장면을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으로 평가받는다. 이때부터 그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진기자가 되었고, 그가 보여준 불굴의 직업 정신은 ‘카파이즘(Capaism)’이라는 말로 세상에 남게 된 것이다.
글쓴이 : 최도성 칼럼니스트이자 영문학자로 세종대와 광운대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교수이며, 발길이 닿는곳이면 세계 어디든 인간과 자연을 탐미하고 그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는 여행가다. ‘코리아 타임즈’에 영문여행기를 연재했다. 저서로는《파리, 그 황홀한 유혹》《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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