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이 누구에게나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 굳이 ‘사막’ 마라톤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처음엔 거창했어요. 접하기 힘든 사막을 달리는 것인 만큼 그 목적이나 이유도 대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솔직해지고 싶어요. 대학생이 되고 보니 여러 곳에서 대학생의 도전과 열정을 외치는데 정작 캠퍼스에서는 그런 열기를 찾을 곳이 없었습니다. 사막마라톤을 하는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일종의 ‘끌림’ 이라고 할까요? 이 ‘끌림’이 첫 번째 이유이고 ‘도전과 열정’은 부수적인 것이었습니다. # 해병대를 전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막을 달릴 정도니 체력이 정말 좋으신가 봐요? 그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성장판을 다치고 정강이뼈가 부러진 후 병원에서 다시 달리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진단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키도 또래들에 비해서 작은 편이에요. 대학 입학 전까지 제 숙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내면에서 불타는 열정을 오래 달려보는데 써보고 싶었어요. 달린다는 것 자체가 힘든 저에겐 그게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조금씩 연습양이 늘어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사막을 달리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 ‘사막 마라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시고 계신 것이 있나요? 예를 들어 운동방법이나 식이요법 같은? 매일 꾸준히 10km정도를 달리는 것 외엔 따로 없어요. 늘 사막을 달리고 있다는 심정으로 달리기를 합니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 셈이죠. 처음은 힘들어요. 저 역시 사막마라톤은커녕 마라톤에 대한 지식이 없었습니다. 처음 완주했던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참가하기 전까지 마라톤 대회에 한 번도 참가한 적이 없었거든요.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몇 몇 선수들이 사막 마라톤에 참가한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오지여행 전문카페 cafe.naver.com/runxrun) 그곳의 경험자들에게 이것저것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1호 사막레이서인 유지성씨가 쓴 ‘하이크레이지’ 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도 참고했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는 것이 식이요법이라면 식이요법인 것 같아요. # ‛사막’하면 식량과 식수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하나요? 참가자들은 일주일치의 식량 즉, 일주일간의 아침과 저녁 총 13끼를 챙겨갑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끼니가 되는 전투식량 같은 걸 먹어요. 그런데 점심은 뜨거운 물도 없고 먹을 장소도, 먹을 힘도 없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는 씨리얼바 하나도 먹기 힘들거든요. 에너지가 떨어지면 육포나 견과류, 초코바, 시리얼바, 사탕 등 간단하게 칼로리를 채울 수 있는 것들로 대신합니다. 물은 대회 출발 전과 10여km 마다 있는 체크포인트에서 지급받을 수 있어요.
레이스를 시작하면 선수들의 간격이 생각보다 깁니다. 고립감을 느끼게 되요. 선수들이 소지하는 호루라기나 비상용보온포(체온유지, 방풍, 방수기능, 추운 곳에서 체온의 8~90% 를 유지해준다 가격이 저렴하여 자동차, 야외활동 시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면 좋다), 나침반 등과 같은 비상용품은 지나가는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사막은 시야가 넓어 몇 km 앞 까지 볼 수 있어 비상시에 부상자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각각의 체크포인트마다 응급의료팀이 대기하고 있어요. 특히 부상이나 체력 고갈 위험이 많은 후미 주자들에게 신경을 많이 씁니다. . # 실제 가장 급한 문제일 것 같은데, 레이스 도중 화장실이 급하면 어쩌죠? 처음엔 저도 무척이나 궁금했어요. 그런데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닙니다. 첫 날 사막을 달리는데 저 멀리 앞에서 한 여선수가 코스와는 한참 벗어난 곳으로 뛰어 가더라 구요. 저는 왜 그리로 가냐며 뒤에서 신호를 준다고 호루라기를 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바지를 확 내리고 주저앉는 거예요.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몰랐고요. 알고 보니 소변을 누기 위해서였어요. 대회가 진행될수록, 4일차 정도가 되면 남자 여자를 가릴 것 없이 그 광경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광경이 되요. # 상당히 고독한 레이스인 것 같은데 사막의 밤은 어떤가요? 주최 측에서 제공한 텐트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사막의 밤하늘과 모래, 그리고 저뿐이에요.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그토록 선명하게 줄지어 늘어져 있는 은하수를 보았고, 이름만 들어보았던 별자리들을 만났어요. 이때는 또 다른 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사막의 밤하늘을 보며 그날 하루를, 지나간 시간을,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차분히 생각합니다. 사막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해줬어요.
# ‛사막 마라톤’으로 찾고 싶었다던 열정을 찾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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