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이야기

이영명

한반도의 남쪽 통영시는 바다와 산이 함께 하는 곳으로 풍광도 빼어나고 기후도 좋을 뿐 아니라 임진왜란 때 이 나라를 구원한 이순신 장군의 위엄과 함께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예향 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의 동쪽 비탈진 언덕 에는“비리빡(벽의 사투리) 마다 그림을 그려놓은 동네“로 유명한 벽화 마을이 있다.

예전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작고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였다. 통영시가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여 정자가 있는 마을 꼭대기에 이순신 장군이 만든 통제영의 동포루 를 복원하고 그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려 했다. 그러나 적은 보상비로 살 집을 구할수 없는 주민들은 울부짖으며 분노했지만 힘이 없었다. 이때 푸른 통영21 이라는 시민단체가 공공미술의 가치를 들고'동피랑 색칠하기' 전국 벽화 공모전을 열었다.

전국 미술대학 재학생들과 개인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고 마침내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꼭대기의 집 3채만 헐고 마을 철거 방침을 철회 하여 허름한 달동네는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팔자를 바꾸어 태어났다

 동피랑 마을은 중앙시장을 끼고 언덕길을 오르다가 커다란 벽화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골목길을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벽화가 나타난다. 커다란 고래도 만나고, 조그만 문어도 만나고 만화속 주인공들도 만난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꿈 많은 아이도 되었다가 감성이 풍부한 소녀도 되어 볼 수 있게 하는 그림들 속을 걸어간다.언덕에 올라서면 맞은편 남망산 과 함께 통영 강구 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에 감탄 한다.

갖가지 사연을 안은 작은 집들이 이웃이 되어 다닥다닥 붙어 사는곳,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랫집 지붕이 보이고 창문을 열면 골목을 지나는 사람과 정다운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옆집에는 숟가락이 몇 개나 되는지 앞집 사람들은 오늘 저녁에 무엇을 해 먹었는지 동네 소식이 쉴 새 없이 전해졌고 좁은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해가 지도록 뛰어 놀았다.

“고기배가 들어온다. 누군가가 소리치면 강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동네는 갑자기 부산스러워 진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사 오실 선물에 마음이 들뜨고 여인네들은 남편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또 다른 부산을 떤다.

막걸리 한되를 받아 놓고 남편을 기다리며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던 성태엄마의 사연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가족의 기다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찌집’을 먼저 들려 벌써 술에 취해 버린 남편을 기다리던 명순엄마의 푸념과 투정은 훗날 저 깊은 바다에 남편과 함께 묻어 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 되어 버렸다.

동포루 아래를 내려 오면서 먼 훗날의 나를 닮은 할머니를 만났다. 왁자지껄한 관광객들의 웃음 소리와 함께 옛 사연들은 담배연기 되어 하늘높이 날아가고 커다란 두눈을 가진 기린은 이제 할머니의 친구가 되었다.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언덕위엔 재치 있게 이름을 지은‘몽마르다’카페가 있다. 어느 집 물탱크는 알록달록 온갖 그림과 글씨로 화장을 하고 길가에 나뒹굴던 블록들도 멋진 간판이 되어 몸값을 올리고 있다. 카페의 젊은 여주인은 유자차 한잔을 서비스 하면서 예전 동피랑 마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했던 아랫동네 소개를 자처한다.

“저 아래 기와지붕이 있는 큰집이 통용의 자랑 세병관 이구요, 저쪽 고층아파트 들이 있는 곳이 신도시 입니다.저기 저 우체국도 옛날 그대로구요, 서피랑도 인제 관광지가 되었어요.

영화 ‘하하하’와 드라마 ‘착한 남자’의 촬영장소로 알려 지면서 폭염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에도 사람들은 벽화를 보러 온다 .힘겹게 살아온 서민들의 애환과 한소리가 들렸던 곳에 이젠 희망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언덕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연인들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우리의 귀를 간지럽힌다.

남망산 뒤로 붉은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져갈때 강구 해안엔 어둠이 내리고 동피랑 마을벽화는 갖가지 조명 빛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며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피랑과 통영을 여행하는 코스 베스트3

1.동피랑-남망산조각공원-충렬사-세병관-이순신공원-서호시장-중앙시장

-통영 항구를 중심으로 멀지않은 여행코스. 충렬사, 세병관, 이순신공원을 묶어 역사기행 탐방을 해도 좋다. 시장은 아침에는 서호시장을, 오후에는 중앙시장을 가보자. 원조집을 서로 다투는 충무김밥과 뻬데기죽, 오미사꿀빵 등, 다양한 먹거리와 싱싱한 수산물이 넘쳐난다.

2.미륵도 산양해안도로-박경리기념관-한려수도케이블카

-충무대교나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 산양일주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해보자. 달아공원이나 수산과학관, ES리조트에서 보는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참고로 ES리조트는 회원제이므로 주변에 위치한 수산과학관이 바다 전망에는 용이하다. 특히, 해질 무렵 달아공원에 가려면 주차장을 넘어 도로 밖에까지 차가 넘쳐나기 때문에 미리 서둘러서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맡아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3.여객선을 이용하는 섬 여행. 장사도, 매물도, 비진도

여객선을 이용하는 섬 여행은 배 시간을 잘 맞춰야하기 때문에 이틀 이상의 긴 일정으로 여행할 때 가능하다.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각광받는 장사도가 뜨고 있는데, 워낙 통영의 아름다운 섬들은 소매물도, 대매물도, 욕지도, 비진도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섬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한려수도를 한꺼번에 조망하는 것도 방법이다

맛집 정보

통영는 아름다운 미항(美港)로도 유명하지만 먹거리가 많아 미항(味港)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배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이 많은 서호시장에 가게 된다면 장어를 갈아 만든 시락국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굴밥(대풍관, 향토집)이나 복국(분소식당,호동식당)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충무김밥(뚱보할매김밥, 한일김밥)이나 꿀빵은 간식거리로 더없이 훌륭하고, 저녁이 되면 현지인들이 찾는다는 다찌집(울산다찌)에 가서 한잔 하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글/사진 이영명, 연대 여행작가

*본 기사는 연세대학교 여행작가과정(http://cafe.naver.com/ystw)과의 MOU를 통해 제공하는 것으로, 본문의 모든 내용, 이미지, 편집 및 구성의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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