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시간 남짓, 익숙하며 낯선 곳 강화도. 책으로, 영화로 그리고 귀동냥으로 너무나 익숙한 곳. 가까워 늘 미뤄두던 그곳은 언제든 편히 갈 수 있는 곳이며, 더불어 수많은 외침에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킨 역사의 중심이기도 하다. 2015년 봄의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정이다.
솔정리 고씨가옥 전경- 훼손이 심한 부엌벽- 옛 정미소(푸른 지붕) 솔정리 고씨가옥 가장 먼저 발걸음을 이끈 곳은 강화 3대 부자에 속했다는 강화 고씨의 옛집, 솔정리 고씨가옥(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60호)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집이니 한옥양식에 일본식이 더해진 모습이다. 다소 어수선한 모습에 아직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안을 기웃거린다. 휑한 공간은 따뜻한 봄 햇살만 가득했다. 빈 공간에서 숨겨진 시간을 더듬고 있는데, 인기척이 파고든다. 운이 좋았다. 현지인이었다. 그 덕에 빈 공간을 더듬는 수고는 훨씬 덜했고, 그만큼 이해도는 깊어졌다. 훤칠한 청년. 그는 자신을 이 집의 소유주라고 밝혔다. 오가며 들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반기는 모습이 고맙기까지 하다.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가보다.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풀리며 줄을 잇는다. 그 이야기는 안채며 사랑채, 장독간 등 집안 구석구석으로 이동하며 이어진다. 설명을 곁들이니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다. 어느 한 곳 쉽게 시선을 떼기 쉬운 곳이 없다. 안타깝게도 행랑채 끝의 다실은 화재로 불타고 없다. 앞마당의 우뚝한 향나무 한 그루가 말없이 객을 바라본다. 오랜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욕실과 부엌으로 사용되던 곳은 기와도, 기둥도 허물어져 불안한 상태다. 그의 한숨이 깊다. “걱정이죠. 문화재로 지정된 탓에 개인적으로 수리를 하거나 복원을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할 뿐이에요. 빨리 하지 않으면 쓰러질 지도 모르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말이죠.” 오른쪽 문을 지나 언덕 위를 올라가보니 마을 전경이 훤히 보인다. 당시에 함께 운영했다는 정미소, 양조장의 내부와 누룩 발효실. 고택과 함께 노구가 된 이웃한 공간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따뜻한 봄볕에 미소를 짓고 있다.
성공회 강화성당 전경- 입구 현판과 성당의 현판 한국의 이오나(아이오나, Iona)에 뿌리내린 성공회 성당 영국 성공회가 뿌리내린 강화읍 관청리 길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들려올 것 만 같다. ‘성공회 강화성당’이라는 현판이 그러하다. 여기저기에서 성당을 보아왔지만 같은 듯 다른 성당이다. 한옥이면서도 바실리카식이 공존해 있다. 최초의 한옥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제424호)은 구석구석 동양과 서양의 멋을 풍기는 특별함이 있다. 보리수, 회화나무, 태극문양위에 그려진 성공회 마크, 성당의 문, 천주성전이라는 현판, 성경 구절이 새겨진 동종 등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한 번에 얘기하기는 어려워보였다. 견자산 언덕마루였던 곳에 마치 강화읍과 남산을 향해 항해하는 듯한 배 모양으로 외삼문, 내삼문, 성당 사제관을 배치하였다. 마침 반가의 한옥 같은 사제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잔잔한 미소가 깃든 신부님이 청명한 하늘이라도 볼 양으로 나오신다. 기웃거리는 이들에게 강화에 뿌리내린 성공회와 성당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으신다. 강화는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섬, 이오나(Iona)에 성공회가 수도원을 지으면서 정착하게 된 곳과 흡사하여 한국의 이오나라고 여겨졌다고 한다. 성당을 건축할 당시 선교단장이셨던 조마가 신부(Mark Napier Trollope)는 한국학에 조예가 깊었단다. 목재가 모자라자 백두산 원시림 적송을 뗏목으로 가져오는 등 열정이 대단하시던 그분은 3대 주교로 지내셨다고. “신부님, 경복궁 중건을 했던 대궐 목수가 강화성당에도 참여했다는데 그런가요?” “네, 그래요. 당시에 강화통제영 해군사관학교에 훈련을 담당한 교관들이 영국장교들이었어요. 그래서 고종황제가 영국선교사들에겐 호의적이었다고 해요.” 따뜻한 음성으로 들려주시는 얘기만 담고 떠나기엔 진정 아까운 곳이었다.
옛 온수리성당의 종루와 성당 정면 강화읍 온수리에도 근대문화의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바로 조마가 신부님의 또 다른 작품인 온수리 성당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2호)이다. 성 안드레아 성당이라고도 불리우는 한옥 성당과 사제관(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1호), 새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성 안드레아 성당의 문틈으로 오후 햇살이 비치고 있다. 내부는 옛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제대, 사제들의 복장, 예수상, 주교들이 앉았던 의자. 작은 것 하나 하나가 어우러져 우리의 눈을 잡아당기고 있다. 성당의 외부 또한 한옥의 멋을 한껏 뽐내고 있다. 연꽃의 곡선을 살린 십자가가 기와지붕 위에서 빛나고 있다. 외삼문의 종루를 올려다본다. 진달래, 개나리 등 다채로운 꽃들이 봄을 자랑하고 있다. 강화라면 만날 수 있는 역사의 현장들과 더불어 불그레한 태양이 바닷 속으로 숨어드는 일몰의 붉은 강화도 구경해 볼 일이다. >여행 가이드 1. 솔정리 고씨가옥: 인천 강화군 강화대로 674번길 23-4(송해면 솔정리 간촌마을 337-0),1940년대 건립 2. 성공회 강화성당: 인천 강화군 강화읍 관청길 22(관청리), 1900년 건립. 3. 성공회 온수리성당(성 안드레아 성당):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38번길 14. 1906년건립 4.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 전등사 : http://www.jeondeungsa.org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이 깃든 삼랑성 안에 자리잡은 전등사에는 대웅전, 약사전, 범종 등 지정문화재 17점이 있다. 대웅전 처마끝의 나녀상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도 읽어보고, 무설전의 갤러리 서운에도 들러봄 직하다.
뒷산에서 바라본 전등사 대웅전과 나녀상이 새겨진 처마 * 철종외가 : 인천 강화군 선원면 철종외가길 46-1 (냉정리) 철종4년에 지은 이 건물은 철종의 외숙인 염보길이 살던 집으로, 원래 안채와 사랑채각 'H'자 형태였으나, 행랑채 일부가 헐려 지금은 ‘ㄷ’모양이다. 규모는 작으나 예스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한옥이다.
철종외가의 내부 (글,사진: 김형숙, 연대 여행작가 http://cafe.naver.com/ystw) *본 기사는 연세대학교 여행작가과정(http://cafe.naver.com/ystw)과의 MOU를 통해 제공하는 것으로, 본문의 모든 내용, 이미지, 편집 및 구성의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습니다. ☞ 한 학기 강좌를 2일만에 수료! 실전형 여행작가 양성과정 여행기자단 24기에 도전하라!(6/20~6/21) ☞ 테마여행신문 북스토어 설치하고, 무료 전자책 3종 세트 받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