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해의 사진과 글을 쓰던 방

“그대의 조국은 안녕한가?”

▲만해를 연기한 배우

백여 년 전 만해를 나는 2014년 9월 20일 햇살 좋은 오후에 그가 살던 곳에서 만났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운명처럼 우린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일까? 이곳은 여느 집과 다르게 지어졌다. 일제 조선 점령기 시절 독립 운동을 하던 만해는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는 것이 싫어 북향으로 집을 짓는다.

우리가 만난 만해는 그 옛날의 만해가 아닌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만해였다. 성북문화재단의 ‘2014 성북진경 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성북동 역사문화지구의 대표적 문화재인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에서 현재까지 시도되었던 문화예술 콘텐츠 중 가장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은 뮤지컬 ‘심우’였다.

만해의 일생이 담긴 것이 아니라 만해 한용운 선생이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김동삼 선생을 서대문형무소에서 잃은 슬픔이 담긴 그 시절과 독립된 나라를 향한 열망, 그런 그를 바라보는 어린 딸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길지 않은 그 순간의 울림은 백 마디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만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지런히 좁고 긴 오르막길을 단숨에 올라 그의 집 문안으로 들어갔다. 부지런히 찾아간 심우장에는 벌써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심우장 마당에 그곳과 어울릴법한 멍석이 깔려 있었고 그 위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배우들의 공연에 눈과 귀를 집중 시키고 있었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재빨리 맨 뒤 여유가 있는 멍석위로 신발을 벗고 냉큼 올라앉아서 나의 눈과 귀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에게 집중 시켰다. 처음엔 ‘이건 뭐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라는 생각하면서 되뇌는 한편으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보는 사이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고 만해를 연기한 배우의 우렁찬 호통 소리에 잠시 움찔하기도 했다가 딸이 아버지인 만해에게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백년 뒤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말하자 만해는 관객 중 한명에게 묻는다.

“이름은 무엇이냐?”

“본관은 어찌 되냐?” 몇 가지 더 물은 뒤

“그대의 조국은 안녕한가?”하고 묻는다. 조금씩 먹먹해지던 내 가슴은 딸이 만해에게 백년 뒤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말했을 때 난 복받쳐 오르는 기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배우들이 준비한 공연이 모두 끝났음을 알았을 땐 사람들의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 눈시울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고, 마치 울지 않은 듯 담담하게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같이 온 사람들에게 울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역시 슬쩍 눈물을 훔쳐야 했다. 길지도 않지만 결코 짧지도 않은 40여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멍석에 앉아 감상한 내게 눈물만 선물한 것이 아니었다. 편안하게 앉아 있었음에도 저려오는 다리 때문에 잠시 일어나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고개 숙여 코에 침을 바르고 있었다.

아 내가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린 것 같다. 아직도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용을 말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거나 그 이상을 느끼고 싶다면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으로 가 볼 것을 권한다. 그 곳에 가면 말하는 것 이상의 현장에서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죽어도 아무도 그 시절의 일본이 무서워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문상조차 오지 않던 시절에 만해는 선뜻 나서서 김동삼 선생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 주었다. 그 장면에서 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과연 내게도 그런 동료 혹은 친구가 있을까? 이 공연을 보면서 잠시나마 이 생각도 해보았다.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다 버리고 나설 수 있는 용기가 내게도 있을까? 라는 아무리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그런 용기가 없다라는점은 확실하다. 다른 하나는 희망 사항이 돼버렸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나 먼저 노력을 해야겠다라는 것도 함께 말이다.

집안에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계절이 돌아왔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한 낮의 따사로운 햇살은 우리를 밖으로 나가라고 유혹을 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맞게 많은 곳에서 축제와 전시들이 한창이다. 오늘이 아니면 결코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치고 힘든 정신과 몸을 재정비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시간들이다. 이 기회를 통해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조그만 전자 장비인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에만 갇혀 지내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할 준비를 하고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우에 나오는 배우들

▲만해 딸로 나오는 여배우

“처음에는 뮤지컬 보는 것처럼 아무느낌 없었는데, 배우들이 우는 것보고 멍때리고 울 수 밖에 없었어요. 원래 시에 관심이 있었지만 한용운 이름만 알았지 자세히는 몰랐는데 오늘 많이 배웠어요. 뮤지컬을 통해 한용운 선생의 일상을 알게 돼서 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 오산 운암고 1학년 김은희

“문학기행 왔는데 다른 곳에서 설명을 잘 안 듣던 아이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너무 좋고 다들 문학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이라 감명 깊게 봤던 것 같습니다. 한나라의 태양이 졌는데 그 사람을 안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노래 가사를 들었을 때 너무 가슴 아팠어요.” - 강지희 운암고 국어교사

“독립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에게 독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 박찬우 (페이스북 댓글) 

<참고사항>

- 그가 살던 곳은 ‘심우장(尋牛莊)’으로 불리는데 이 명칭은 선종(禪宗)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열 가지 수행 단계중 하나인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만해한용운심우장 [萬海韓龍雲尋牛莊] (두산백과)에서 발췌 문화재 명칭은 우리가 아는 대로 심우장(서울특별시 기념물 제7호)이고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29길 24에 위치하고 있다.

▲담장너머에서 본 심우장

- 『김동삼 선생은 경상북도 안동 태생으로, 한학을 공부하다가 근대 교육과 민족주의 운동으로 뜻을 돌려 1907년 유인식, 김후병 등과 함께 협동학교를 설립하여 계몽 운동을 벌였다. 협동학교는 보수적인 성격이 강한 안동 지역에서 개혁 유림 세력이 힘을 합쳐 세운 3년제 중등학교였다. 이 무렵 계몽 운동에 뛰어든 인사들 중 신민회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일 병합 조약 체결을 내다보고 해외 독립 운동 기지 설립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도 양기탁 등과 함께 해외에서 독립군을 양성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1910년 마침내 한일 병합 조약이 체결되자, 이 계획을 구체화하여 1911년 서간도로 망명했다. 이시영, 이동녕, 이상룡, 윤기섭 등과 함께 간도 지방에 경학사와 신흥강습소를 설립하는 데 참가했다. 경학사는 자치 조직, 신흥강습소는 훗날 신흥무관학교로 발전하는 교육 기관이었다. 무장 투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간도 지역에서 군정부를 설립하여 독립군 양성에 힘썼고 1919년 서로군정서(독판 이상룡)로 조직을 개편하고 참모장을 맡았다. 3·1 운동의 단초 중 하나를 제공한 무오 독립 선언에 39인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919년경, 김동삼은 상하이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1922년에 만주 지역 독립군 단체가 통합한 대한통의부에 가담했고, 1923년에는 국민대표회의에 서로군정서 대표 및 의장으로 참가하였으며 1925년 정의부 참모장에 취임했다. 1931년 하얼빈에서 이원일과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시신은 한용운이 수습하여 장례를 치렀다.』- 위키백과 발췌

- ‘심우’를 기획하고 선보인 곳은 극단 ‘더늠’이라고 하는데 성북에 연고를 두고 있는 지역예술단체로서 ‘사랑합니다.’, ‘왕을 바라다’등 현대극과 사극을 아우르는 다양한 창작극을 제작하고 있으며 성북구에서 극장으로 등록된 유일한 민간 소극장 ‘극장 봄’을 운영하고 있다.

- 심우를 만들게 된 취지

1) 마을 만들기의 중요 기반

성북동 뮤지컬 ‘심우’는 성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연고예술단체 극단 ‘더늠’의 창작품입니다. 성북동 달동네 ‘북정마을’ 아래 붙어 있는 ‘심우장’이라는 고택이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을 재생시키는 마을 만들기의 중요한 기반으로 새롭게 인식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고 문화를 통한 지역관광상품 개발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요인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이번 공연을 기획하였습니다.

2) 청소년을 위한 역사문화예술교육의 장

만해 한용운 심우장에서 공연될 뮤지컬 ‘심우’를 상설공연으로 추진하여 역사문화예술교육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지역연고단체들과 협력-연계한 문화재 관련 콘텐츠 개발을 통해 안정성과 지속성 있는 예술단체-지역자원의 협력구조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성북진경 포스터

- 도움 주신 분 성북문화재단 정책협력팀 지강숙님.

- 성북동 뮤지컬 심우 10. 4(토)14:00

10.11(토) 14:00

- 심우장 찾아가는 길 :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 동방대학원대학교방향으로 걸어올라 가거나 4호선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이나 동성중 고등학교 앞 정류장에서 2112번을 타고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내려서 가거나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마을버스 3번을 타고 종점(북정마을)에서 하차

- 성북문화재단 : http://www.sbculture.or.kr/

*본 기사는 연세대학교 여행작가과정(http://cafe.naver.com/ystw)과의 MOU를 통해 제공하는 것으로, 본문의 모든 내용, 이미지, 편집 및 구성의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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