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굴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581호>

  KBS 2 주말드라마 ( 토, 일 오후 7:55~ ) <참 좋은 시절>의 배경이 되면서 천년고도 경주가 새로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연이은 사건의 복잡한 일상 속에서도 끈끈한 가족애가 묻어나는 아역배우들의 유머스러운 대사와 정감 있는 사투리가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게 한다. 경주는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들로 가득차 있다. 지금의 형국속에서 호국의 기상과 숨결을 느끼며 산사에서 쉬고 싶다면 경주 동해안권으로 가보자.

함월산 골굴사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지나 동해안 (감포방향)쪽으로 20km가량 (약30분 소요) 떨어진 곳. 함월산 (含月山)에 있는 골굴사 (骨屈寺)는 선무도 수행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루 2회 (월요일 제외, 11시/3시반)에 걸쳐 사천왕 공연단의 선무도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아주 특별한 문화예술 공연이어서 주말엔 내·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일주문을 지나면 템플스테이 종무소, 선무도 화랑사관학교 교무실. 마하지관원, 선무도 대학 등이 보인다. 계속 길을 따라가다가 동아보살 공덕기가 있는 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세심당, 종무소, 청풍요가 자리한 위쪽으로 큰법당(대적광전), 오륜탑이 좌측에 자리하고 계단 위 오른편에 천년이 넘는 풍상을 지켜오고 있는 보물 제581호인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문무대왕 수중릉을 향하고 있다는 9세기 신라 불상의 특징을 간직한 이 불상은 동남쪽을 향한 응회암 지층으로 된 암벽의 4m 높이에 새겨져있어 조심스레 발길을 다독이며 올라가보자. 그 옛날 인도에서 온 광유스님 일행이 12처 석굴로 가람을 조성했던 곳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어떨까싶다.

당시의 골굴암은 조선시대에 화재로 소실되고 없으나 마애여래좌상의 정식명칭에는 그대로 남아있으며, 현재의 골굴사는 주지스님인 설적운 스님의 법연에 의해 화랑정신이 깃든 선무도 도량으로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 함월산 골굴사 일주문 현판 >

함월산 기림사

  골굴사에서 머지않은 곳에 자리한 선종 고찰 기림사로 향해본다. 종무소 한 켠에 마련된 다실에서 함월산 산자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져보자. 왜구가 동해를 거쳐 서라벌로 침입하는 길목에 있어 호국 사찰로서 중요한 구실을 했던 이 곳은 과거엔 불국사를 포함한 60여개의 말사를 감리하던 거찰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전략요충지로서 수군과 승병활동의 근거지였음을 추정해 볼 수 있음은 진남루가 말해주고 있다.

본전인 대적광전(보물 제833호)과 소조비로자나 삼존불상(보물 제958호)에서 16세기 초 불교문화의 진수를 놓치지 말자. 기림사에는 아주 드문 옻칠을 한 종이부처가 있다.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반가좌의 건칠보살좌상(보물 제415호)으로 조선 연산군(1501년)때 조성된 것이다.

  한 여름밤의 고요함 속에 있다면 나한전 앞의 3층석탑에 귀를 기울여보자. 다섯가지 샘물(오종수)이 있었다고 전해져 오는데, 그 중에 이 물을 마시면 천하무적의 장군이 된다고 하여 반역자가 생길까 두려워 석탑을 세워 우물을 덮어버렸다는 장군수의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지......

< 함월산 기림사 대적광전-소조 비로자나 삼존불상이 모셔진 본전>

감은사지-이견대-문무대왕릉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고자 짓다가 완공하지 못하자 신문왕이 부왕의 뜻대로 호국사찰로서 682년(신문왕 2)에 지은 절이 감은사이다. 지금은 절터의 대부분이 밭이 되었으나

금당터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죽어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부왕의 유언대로 동해의 대왕암에 장사를 지내고 용이 된 부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금당밑에 특별한 공간이 동해쪽으로 마련되어있다. 부왕의 쉼터 공간인 셈이다. 감은사지 동서 3층 석탑 앞으로 흐르는 대종천이 옛 얘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112호)은 통일신라기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쌍탑식 가람으로 창건연대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간주된다. 지금은 탑 해체이후 보수가 끝나고 정비되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은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문무대왕릉을 바라 볼 수 있는 이견대가 보인다. 이견대에서 수중릉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이 둘러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