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서 시작하는 반나절 시티투어

최근 들어 서울의 한옥마을과 성곽복원 등 둘레 길을 조성해 서울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문화체험 시티투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시내 중심인 종로 3가역 근처 탑골공원에서 시작하는 반나절 시티투어를 소개해 본다. 식사포함 약 네 시간정도 소요예정인데 일종의 서울 골목길 투어이다. 먼저 파고다 공원에서 출발기념 인증 샷 후 인사동을 뒤로하고 종로를 가로질러 청계천으로 향한다. 청계천은 대도시 한복판에 맑은 물이 흐르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귀한 미니사이즈 작은 강이다. 청계천에는 물고기들도 많이 서식하고 수풀과 나무들이 어울어져 맑은 물을 따라 걷는 느낌이 아주 시원스럽고 사진촬영지로도 으뜸이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들고 청계천을 거니는 커플들, 단체로 사진 찍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주변에 롯데호텔, 프레지던트호텔, 조선호텔, 프라자호텔, 코리아나호텔, 뉴국제호텔, 뉴서울호텔 등 외국인들이 즐겨 머무는 호텔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이다. 호텔에서 모닝콜 후 식사 전에 10분 ~ 20분정도 청계천 산책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요즘에는 청계천이 시작되는 분수와 작은 폭포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수많은 노란리본들이 줄지어 달려있어 지날 때마다 가슴 언저리가 멍해진다. 

광화문 연가

맑은 청계천을 뒤로 하고 세계적인 팝아트 조각가 올덴버그가 제작한 청계광장을 상징하는 스프링(Spring) 조형물을 만난다. 이 조형물을 볼 때마다 청계천과 다슬기 모양의 울긋불긋한 조형물이 과연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좌측의 남대문, 덕수궁에서 이어지는 세종로 큰길 한가운데 서있는 이순신 장군동상의 카리스마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자. 1592년 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가 보낸 왜군들을 모두 혼쭐내어 일본으로 돌려 보내셨던 분이다. 뒤편에 계시는 세종대왕님은 1397년에 경복궁 서쪽 인왕산 기슭에서 태종의 셋째 아들로 이곳 서촌에서 태어나셨는데 이로 인해 세종마을로 이름이 붙여졌다. 세계에서 가장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로 평가받고 있는 한글이 세계 언어순위로 13위라고 하는데 1위 중국어, 2위 스페인어, 3위 영어 그리고 12위 독일어에 이은 한글이 13위이다. 세계 70억 인구 중 약 7720만 명 정도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한글로 된 광화문 현판아래 펼쳐지는 수문장 교대식이 행해지는데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현대와 과거의 만남이랄까 조선의 교대의식행사를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빛과 표정이 꽤 흥미롭다. 우측으로 조금 걸으면 경복궁 궁궐의 망루였던 동십자각이 보이고 삼청동 길로 접어들면 우람한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지는데 나무 사이로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청와대를 지키는 보초병과 만나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삼청동으로 향하는 두 갈래 길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청와대 보초병과 마주치게 된다. 사람들을 쳐다보는 느낌이 뭔가 조사하려는 듯 굳은 표정의 낯선 보초병이 다가와 묻는다. "어디 가십니까?" 효자동 쪽으로 넘어간다고 하면 프리패스, 청와대 앞길은 어쩌면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면서 가장 조용하며 깨끗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1988년 3월 중순부터 청와대 앞길을 시민에게 개방했는데 저녁 7시 이후에는 통행이 금지되므로 시간을 잘 기억해야 한다. 1392년 조선건국 후 풍수지리에 의해 1395년 경복궁을 창건했으나 1592년 임진왜란 때 전쟁으로 소실되었고 1916년 조선총독부 설치로 강제로 철거되었다. 최근 2001년 새로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풍수지리에 의해서 택한 명당에 지은 경복궁이 갖은 수난을 당하고 궁내 모든 유물이 유실되는 아픔이 있었는데 풍수지리가 과연 믿을 만한 학문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건너편 청와대 쪽으로는 사진 찍는 것이 조금 제한적이며 걷는 것도 경복궁 돌담길 쪽으로만 통행이 가능하다. 사진촬영이 개방된 곳은 신무문 끝과 분수대에서만 가능한데 경복궁 관광을 마친 외국인들이 신무문에서 청와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그 지점이 포인트이다.

통인시장의 떡볶이

효자동 쪽으로 이동하며 전통시장으로 조성된 통인시장으로 들어가 본다. 도시락 카페에서 구매한 쿠폰으로 직접 시장에서 먹 거리 점포를 돌며 내 맘대로 담아먹는 도시락인데 줄서서 기다리며 사먹는 흥미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제법 유명한 떡볶이 할머니 집에는 줄을 길게 늘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장관이다. TV 맛 자랑에 나온 집이라고 하는 사진도 걸려있다. 통인시장을 빠져 나오면 왼편으로 조그만 정자가 보이는데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주위에 앉아계신 동네 할머님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박노수 미술관을 방문하다

통인시장 맞은편 골목으로 마을버스 다니는 길로 조금 오르다보면 작고 깔끔한 갤러리와 카페, 미용실, 기념품점 등이 있는 골목으로 이어진다. 2011년 박노수 화백의 소장품 1000 여점을 기증받은 종로구는 사회 환원의 뜻을 기리는 박노수 화백의 유지를 받들어 종로 구립 박노수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박노수 미술관에 잠시 둘러 그림도 감상하며 일본식 사택과 수석이 있는 정원도 둘러볼 수 있다.

이곳 서촌은 조선시대 사대부들 집권세력 거주지였던 북촌과는 달리 역관이나 의관 등 중인들과 평민들이 모여 살았던 지역이었으며 조선시대 겸재 정선, 후사 김정희, 화가 이중섭,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이다. 현재 600 여채의 한옥과 골목, 전통시장, 소규모 갤러리, 공방 등이 어우러져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박노수 미술관을 나와 우측으로 언덕을 조금 오르면 마을버스 종점이 나오고 수성동 계곡에서 이어지는 인왕산 둘레길이 시작된다. 인왕산 길로 오르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볼 수가 있는데 이곳을 오르려면 왕복 두 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하도록 한다.

조선시대 왕궁 건립은 풍수지리에 의해 삼각산(백운대 836.7M, 인수봉 810.5M, 만경봉 787M) 세 봉우리를 조산으로 정했으며, 주산(북악산) 342M, 안산(남산) 125M, 낙산(좌청룡) 125M, 인왕산(우백호) 338M 로 정하며 경복궁이 건립되었다. 서촌 세종마을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2010년부터 세종마을이라 이름 지어 부르기 시작했고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조성되었다. 서촌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이다. 서촌은 유명 관광지라기보다는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골목이 있는 곳이다. 전통식을 좋아한다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중간지점에 있는 체부동 잔치집의 막걸리와 해물파전을 추천해 드린다. 이 집의 들깨 칼국수는 걸쭉한 국물과 면발이 완전 옛날 어머니 손맛이다. 막걸리 한잔에 안주로 파전 하나이지만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는 느낌으로 그 옛날 조선시대 평민들이 삶을 기억하며 기분 좋게 여정을 마무리해 본다. 서울 반나절 시티투어는 경복궁 역 2번 출구에서 서촌 세종마을을 시작으로 통인시장, 박노수 미술관, 청와대 앞길과 삼청동 갤러리길, 가회동 한옥마을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마지막에 인사동에서 쇼핑과 식사를 마무리하는 여정은 외국인 특히 서울을 여러 번 찾았던 일본인에게도 새로운 시티투어코스가 될 것이다.

[글/사진] 한경동 연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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