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룡시장, 그 시작부터 현재까지

한국전쟁 이전에 교동도에는 큰 시장이 따로 없어서 강화도나 황해도 연백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황해도 연백은 38선이 생겼을때만해도 남쪽 땅이었고 교동과 가까워 왕래가 잦았다고.

6.25가 발발하자 많은 황해도 연백 주민들이 교동도로 피난을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이 때 고향에서 가져온 물품이나, 배급 받은 식량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것이 대룡시장이다. 처음엔 큰 길 위에 주욱 늘어섰던 노점들이 전쟁이 끝날 즈음엔 얼기 설기 판잣집의 형태를 갖추더니, 7-80년대 새마을 운동을 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고.

▲낙서들, 오랜 시간 덕지덕지 엉겨붙은 먼지들 덕에 선명하게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데 80년대에서 시간축이 고정 되어 버렸나 보다. 계속해서 변화의 바람을 타지 못하고 과거에 우뚝 멈춰선 채 그대로다. 그대로 번성하던 시기의 동안을 유지했으면 좋으련만 색이 바랜 페인트와 쌓여가는 먼지가 그 나이테를 기어이 드러낸다.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한 교동도가 대도시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는 애초에 어려웠을 것 같다. 거기에 활기와 변화를 가져왔어야 할 젊은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찾아 섬을 떠나면서 어른신들만 남은 대룡시장은 7,80년대에 그 흐름이 고여 버렸다.

물론 생기를 잃고 노화 과정을 겪고 있는 지역이 비단 이 곳 뿐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 곳 대룡시장에서는 이 곳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덧대어 느껴진다. 단순히 늙어간다기 보다는 그 과거의 모습 그대로 생명력이 빠져나가 미이라화 된 느낌이랄까? 수분과 생기가 사라지고 건조하게 말려진 … 

▲교동의원: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걸까? 유리창을 기워낸 테잎이 마치 영업정지를 의미하는 것도 같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리라는데…

70년대 후반 그리고 80년대는 내가 유년기를 보낸 공간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곳에서 만져지는 먼지 낀 덥수룩함은 내 기억 속 보다는 책에서 보았던 혹은 TV 드라마를 통해 만나던 상상적 공간과 더 닮아있다. 사람의 그림자가 결핍된 풍경이 내뿜는 적막함의 아우라가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둔갑시키는 술수를 부리는 듯 하다. 하긴 자끄 랑시에르가 기억은 허구의 작품이라고 했던가. 나의 불완전한 기억에 기대어 이곳을 보려고 하다니. 이 곳 사람들의 생활을 열린 눈으로 가까이 들여다 보려하기 보다는 이곳의 모습을 통해 내 머릿속만 들여다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래서는 멀리까지와서도 내 마음 속만 여행하고 가게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덧댄 슬레이트 지붕, 저렇게 덧댄 지붕에서 빗물이 새지는 않았는지.

▲내장을 드러낸 전선, 정신없이 얽혀있는 전선줄을 보니 안전문제가 걱정 된다. 아직까지는 지붕을 받혀주고 있지만… 그 한쪽 끝이 썩어가는 목재.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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