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중에서도 자동차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로망이 바로 캠핑카 여행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이번 여행은 북유럽이라는 목적지도 목적지지만 일행들 모두 공통적으로 캠핑카 여행에 대한 열망이 가장 컸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도착하자마자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캠핑카를 대여하러 간 우리는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흥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기세라면 캠핑카로 세계일주를 하라고 해도 너끈히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호텔을 나와 딱히 할 것이 없어서 곧장 와버렸더니 예정보다 2시간이나 일찍 캠핑카 대여점에 도착했다. 다행히 우리의 조바심을 그네들도 알아차렸는지 즉시 차를 가져가도 좋단다. 그 전에 먼저 서류를 작성하려는데 직원 한 명이 내게 조그만 핀을 건넸다. 

“어디서 왔는지 저기에 표시해 주시겠어요?” 

그가 가리킨 쪽을 보니 벽에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다. 여기저기 핀이 꽂혀 있는 걸로 봐서는 십중팔구 이곳에서 캠핑카를 빌린 사람들의 국적을 기록해 두려는 것이었다. 다른 일행들이 보기 전에 냉큼 ‘Pusan’에 핀을 꽂았더니 직원들이 굉장히 반가워했다. (이 당시만 해도 ‘부산’의 영어표기는 ‘Busan’이 아닌 ‘Pusan’이었다) 

“오, 한국에서 왔어요? 당신들이 우리 캠핑카를 이용한 첫 번째 아시아인들이군요. 축하합니다.”

뜻밖의 얘기에 지도를 살펴보니 정말 아시아 대륙에는 방금 내가 꽂은 핀이 전부였다. 서둘러 서류 작성을 끝내고 작지만 기쁜 소식을 일행들에게 전하자 나만큼이나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들은 기어이 사무실까지 난입해 직접 지도를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 

멋모르고 시작했던 첫 자동차 여행에서는 스페인의 톨레도부터 바르셀로나까지 한 번에 달리려고 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서야 두 도시 간의 거리가 무려 700km라는 것을 알고는 참으로 무모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든지 경험이 최고라고 덕분에 이번 여행의 일정은 최대한 거리 안배에 중점을 뒀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덴마크 국경까지는 600km에 육박한다. 당초 계획은 캠핑카 대여점이 있는 도시 중에서 덴마크와 가장 가까운 함부르크에서 렌트하는 것이었으나, 예약시기가 늦었던 바람에 별수 없이 더 아래에 있는 뒤셀도르프를 택해야만 했다. 오후에 뒤셀도르프를 떠나 첫날부터 이 거리를 주파하기는 무리라 함부르크에서 1박을 할 예정이었다. 본격적인 북유럽 여행은 내일부터인 셈이다. 함부르크까지는 약 400km인데 이마저도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우린 중간에 라면도 먹고 흥에 취해 여유를 즐기다가 함부르크의 캠핑장에 밤 9시를 넘겨서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캠핑장 리셉션에도 엄연히 운영시간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캠핑장 중간중간에 빈 자리가 보여 일단 신세를 지고 아침에 사정을 설명하면 어떨까 했지만, 한참 얘기를 나눈 끝에 모두의 결론은 다른 방향으로 모아졌다. 무턱대고 찜찜한 기분으로 자느니 차라리 덴마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자는 것이다. 다음날 여행의 시간도 벌 수 있고 경비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이리하여 우린 여행 첫날부터 한 휴게소에서 노숙을 하게 됐다. 일반 승용차라면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캠핑카라는 안식처가 있었기에 잠자리도 불편하지 않았다. 캠핑카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노숙을 하게 됐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은커녕 웃음만이 가득했다. 모든 여행의 첫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약간의 불편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고, 이 또한 추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큰 화장실 건물 안에는 세면대까지 있어 잠시 묵었다 가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여행을 이어가면서 알게 된 것인데, 유럽의 휴게소에는 종종 장거리 트레일러 운전자를 위한 샤워시설도 있었다. 화장실에서 한 사람씩 간단히 세안을 하고는 6명이 모두 모인 첫 번째 밤을 기리기 위해 잠도 미룬 채 맥주를 마시며 수다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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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여행을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에겐 타지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다. 거기에다 일반 승용차보다 배 이상 큰 캠핑카라면 차량의 덩치에 비례해 부담감도 커질 것이다. 조금이나마 조언을 한다면, 걱정부터 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라는 말을 전주고 싶다. 평소 운전을 하던 사람이라면 넉넉잡아 1시간 안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캠핑카는 덩치가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운전한다면 크게 어려울 일은 없다. 차가 큰 만큼 차선 변경이나 회전 시에 일반 승용차보다 여유 공간을 더 넓게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초 요령이다. 북유럽은 수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가 차량 통행이 극히 적은 편이므로 한결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