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프랑스 파리 도심에 위치한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사무실에 무장 괴한 3명이 들이닥쳤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이었던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고, 편집장·만화가 등 언론인 10명과 경찰관 2명이 희생되었다. 각종 성역에 대해 신랄히 비판해 왔던 주간지인 『샤를리 에브도』는 2006년부터 무함마드 만평 등을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의 큰 저항과 끊임없는 테러 위협을 받아오고 있었다.

『샤를리 에브도』 사와 함께 파리에 위치하고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사건 발생 당일 유엔기를 반기(半旗)로 게양해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본부 안에서 유네스코 임직원들이 “유네스코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 “나는 샤를리다”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자 1분간 묵념했다. 이들은 1월 11일, 전 세계 40여 명의 국가 지도자 및 수많은 파리 시민들과 함께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언론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에도 참여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34개국 정상들과 함께 파리 시내를 행진했다.

‘통일 유럽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를마뉴 대제는 “바위와 나무와 하늘의 새들이 나의 무기가 될지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특히 ‘펜’과 ‘칼’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6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16인의 반란자들: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에서는 펜 한 자루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반란’을 꾀하고 있는 문인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그들의 문학작품들은 전 세계 곳곳의 자연 보존 활동 및 동물 권리수호 운동, 민주화 및 인권 운동을 위한 무기가 되어왔다. 그리고 수상자들이 끊임없이 테러와 협박에 시달릴 만큼, 그들의 ‘펜’은 두렵고 강력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언론은 속성으로 만들어진 문학(literature in a hurry)이다"라는 영국의 시인 매튜 아놀드의 말처럼 언론인들의 보도 기사는 문학작품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그들의 신변 또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곤 한다. 유네스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93명의 언론인들이 살해되었고, 언론인을 포함한 언론계 종사자들이 매주 1명꼴로 희생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함께 언론인들의 신변이 여전히 큰 위험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유네스코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측면에서의 ‘하드 파워’(hard power)가 아닌, 교육,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등 인간의 지적·도덕적 영역에서 발현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통해 세계평화를 이룩하고자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신념과 이상에 기반하고 있는 유네스코에게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은 어쩌면 필요하고 당연한 임무인지도 모른다. ‘표현의 자유 촉진’은 유네스코는 7개 주요 사업 주제 중 하나로, 유네스코는 표현 및 언론 자유 수호와 다원적 미디어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법적 체제를 구축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네스코는 정책 자문과 네트워크 개발을 통해 표현 및 언론의 자유 수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표준 및 법적장치 제정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체제 전환이나 분쟁을 겪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아프카니스탄의 『카불 위클리』(Kabul Weekly)와 같은 독립 미디어를 지원하고, 관련 입법체계 마련을 위해 정부 및 지역 미디어와 협력하고 있다. 더불어 유네스코는 1993년 제48차 유엔 총회를 통해 매년 5월 3일을 ‘세계 언론 자유의 날’(World Press Freedom Day)로 제정하는 데 기여했으며, 1997년에는 마약거래 조직 폭로기사를 썼다가 피살된 콜롬비아 언론인 기예르모 카노를 기리고자 ‘유네스코/기예르모 카노 세계언론자유상’(UNESCO/Guillermo Cano World Press Freedom Prize)을 제정했다. 매년 이 상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개인 또는 기관에게 2만 5천 달러 상당의 상금과 더불어 수여된다.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자인 뉴턴 리는 “언론인은 ‘애완견(lapdog)’이 아닌 ‘감시견(watchdog)’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들의 펜이 정의 사회 구현을 수호하는 날카롭고 치명적인 칼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떠한 위협이나 장애물에도 구애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토양이 보장되어야 한다. 「유네스코 헌장」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유네스코는 인류의 마음속에 세계평화의 방벽을 쌓고자 존재하는 기구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네스코는 전 세계 ‘샤를리’들을 위한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뉴스> 제704호. “유네스코 토픽 - ‘샤를리 이후의 저널리즘’ 토론회에서 돌아본 교육의 역할”

- 사비 아옌, 『16인의 반란자들: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스테이지팩토리, 2011)

- 외교부, 『2015 유네스코 개황』 (외교부, 2015)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unesco.org)

- 위키피디아(wikipedia.org)

- 네이버 지식백과(term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