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팝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돈나. 무수한 히트곡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1987년 발표곡 <라 이슬라 보니타>(La Isla Bonita)는 필자가 좋아하는 마돈나의 명곡 중 하나이다. 스페인어로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이 곡에서 마돈나는 이상향의 섬 ‘산 페드로’(San Pedro)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다. “열대의 산들바람 / 자연은 거칠 것 없고 자유롭지요 / 이곳이 내가 있고 싶은 곳 / 아름다운 섬”, “태양이 하늘을 따뜻하게 하는 곳이 어딘지 알고 싶어요 / 휴식시간이 되면 지나가는 그들을 볼 수 있죠 / 아름다운 얼굴들, 이 세상의 근심 걱정 없는 곳 / 소녀가 소년을 사랑하고, 소년이 소녀를 사랑하는 곳.”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섬’(island)은 ‘유토피아의 요람’으로 끊임없이 인류 역사에서 회자되어 왔다. 서양에서 이상향과 관련해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화소(話素)로 아틀란티스가 있다. 또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어지는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들은 또 다른 아틀란티스를 찾고자 끊임없이 중세 범선에 몸을 실었다. 이러한 대항해의 역사는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보물섬』 등 서양 문학작품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도원명의 ‘무릉도원’, 『홍길동전』의 율도국, 『허생전』의 무인도 개척, 제주도의 ‘이어도 신화’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 탄생한 동양인들의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섬들, 특히 작은 섬나라들에게 유토피아는 요원한 듯하다. 오세아니아의 남태평양에 위치한 나우루는 서구 자본의 투입으로 자연자원을 무분별하게 채굴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고, 값싼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많은 국민들이 비만과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다. 역시 남태평양에 위치한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섬 9개의 이미 2개를 잃어버렸고, 계속적인 국토 침수로 국민들이 ‘환경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사회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리우 회의)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 섬나라를 ‘군소도서 개발국’(SIDS, 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으로 정의하고,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나섰다.

SIDS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계된 유사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세계 각지의 작은 섬나라들을 말한다(SIDS 가운데 가장 작은 니우에의 경우 총 인구수가 1,269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급속히 증가하는 인구, 자원 제약,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적 제약, 잦은 자연재해,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 보호주의적 국제 무역, 환경 파괴 등의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통신, 에너지, 수송 등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과 불법 국제 무역, 불공정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내정, 작은 국토에 따른 취약한 기반 시설, 여기에 경제의 크기를 키울 기회가 적다는 것 또한 이들의 성장과 개발을 막는 요소들이다. 유엔 사무국 경제사무국에서는 총 52개의 섬나라를 군소도서 개발국으로 지정했는데, 이들 가운데 40개국이 유네스코 SIDS 회원국에 해당된다.

유네스코는 교육, 인문사회 및 자연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등 중점 사업 분야들을 중심으로 군소도서 개발국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 재난 대비, 문화 및 관광, 교육 및 역량강화, 환경, 지식 및 정보, 자연자원, 과학기술, 보건, 청소년’이 SIDS를 위한 유네스코의 핵심 사업 기반들이다. 특히 1994년부터 시작한 ‘군소도서 개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유엔 활동 프로그램’[바베이도스 활동 프로그램, Barbados Programme of Action (BPoA)], 2005년에 수립한 ‘모리셔스 전략’(Mauritius Strategy) 및 관련 선언, 그리고 2014년 ‘국제 군소도서 개발국의 해’를 비롯해 같은 해 사모아에서 열린 제3차 유엔 군서도서 개발국 회의의 결과물인 ‘사모아의 길’[SIDS Accelerated Modalities of Action (SAMOA) Pathway] 등 SIDS와 관련된 유엔의 여러 활동에 유네스코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당면한 범세계적 문제들로 많은 군소도서 개발국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분명 이들 작은 섬나라들은 소중한 유산과 주목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국토를 둘러싼 해양으로부터 풍부한 자원을 조달받고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활용한 관광산업으로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에 가까운 수익을 얻고 있다. 또한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더불어, 세계유산 32곳이 유네스코 SIDS 회원국들에 위치할 만큼 귀중한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문화 및 언어 면에서도 매우 다양해 레게, 맘보, 칼립소, 푼타, 단손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발생지이자, 밥 말리, 오마라 포르투온도, 콤파이 세군도 등 유명한 음악가를 배출했다. 슬픈 현실 속에서도 군소도서 개발국들이 잠재된 역량을 되살려 유토피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쏠리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 주강현, 『유토피아의 탄생: 섬 – 이상향 / 이어도의 심성사』 (돌베개, 2012)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unesco.org)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www.unesco.or.kr)

- 위키피디아(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