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인이자 평화운동가인 노먼 커즌스는 도서관을 “아이디어의 탄생을 위한 분만실이자, 역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곳”으로 비유한 바 있다. 과거 인류의 사상과 활동에 대한 기록을 통해 현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소통창구가 바로 도서관이다.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탄생한 도서관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후계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기원전 3세기 초, 교통과 교역의 중심지이자 지중해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이집트의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을 세웠다. 학문 연구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 학자들의 책 원본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었으며, 수학, 천문학, 기하학, 의학, 응용과학 등의 분야에서 당시 학계를 주도했다. 또한 도서관 주변의 고대 그리스 문화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지식·학문·문화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안타깝게도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침략 때 일부 불타버렸고, 이후 3세기경 로마군의 침략으로 완전히 소실되고 말았다. 이집트 정부는 옛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자 1974년부터 도서관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1988년 도서관 재건 기구를 세운 후 1990년 재건 기금 6,500만 달러를 마련했고, 1995년부터 공사에 착수해 2002년 새 도서관을 완공했다. 이집트 정부와 함께 이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주체는 바로 유네스코였다. 교육,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 인류의 지적·도덕적·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유네스코의 핵심 임무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복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 외에도, 유네스코는 전 세계 곳곳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보존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1992년부터 ‘세계의 기억’(MOW, Memory of the World) 프로그램을 대표 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1995년 제2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기록유산보호 일반지침」(General Guideline to Safeguard Documentary Heritage)을 토대로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한다.
세계기록유산의 유형은 생각 외로 다양하다. ▲ 인쇄매체(책자, 모음집, 자서전, 포스터 등), ▲ 문서 및 필사본, ▲ 시청각 자료(음악 콜렉션, 영화, 사진), ▲ 문자, ▲ 지도 및 설계도면, ▲ 비문, ▲ 도서관 등 여러 종류의 기록유산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현재까지 등재된 300건의 기록유산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 영화 <오즈의 마법사>, 1886년의 벤츠 특허 등도 포함된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은 다음과 같이 총 11건의 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기록유산이 보존 및 접근성 제고에 기여한 개인/단체에게 수여하는 ‘세계기록유산 유네스코 직지상’(UNESCO Jikji Memory of the World Prize)을 2004년에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1997년 등재) • 직지심체요절, 승정원 일기(2001년 등재) • 조선왕조의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년 등재) • 동의보감(2009년 등재) • 일성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2011년 등재) •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2013년 등재)
일찍이 공자는 "미래를 정의하고 싶다면 과거를 공부하라"고 했다. 50여만 년 전부터 시작된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과거가 축적되어 만들어진 공든 탑이다. 그 탑이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쌓아질지는 ‘세계가 남긴 기억’이 얼마나 잘 보존되느냐에 달려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과거의 무수한 편린들이 어떠한 가치와 의미, 교훈을 주는지를 인류에게 끊임없이 비춰주는 거울이다. [참고자료] - 유종필, 『세계 도서관 기행』 (웅진지식하우스, 2012)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unesco.org) - 위키피디아(wikipedia.org) - 네이버 지식백과(terms.naver.com) - 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www.bibalex.org) - www.crystalinks.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