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대학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표한 소식에 소셜 미디어가 들썩였다. 스코틀랜드 소재 세인트앤드루스대 총장인 루이즈 리처드슨을 옥스퍼드대의 새 총장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1230년 옥스퍼드대에 총장 제도가 생긴 이후 785년 만에 첫 여성 총장이 임명된 것이다. 기존에 맡고 있던 세인트앤드루스대 총장직도 이 학교의 6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주어진 것이었는데, 이번 옥스퍼드대 총장 임명으로 리처드슨은 또다시 ‘여성 파워’의 새 역사를 쓰게 되었다.

현재 유네스코를 이끌고 있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 또한 유네스코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사무총장이다. 불가리아 정치인 출신으로 2009년에 유네스코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보코바 사무총장은 2013년 재임에도 성공해, 2017년까지 ‘유네스코호’를 지휘하는 함장으로서 활약하게 된다(유네스코 사무총장직은 1회 연임이 가능하며, 임기는 본래 6년이었다가 2001년 이후 4년으로 줄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겠다는 포부도 이미 밝힌 상태이다(그리되면 유엔에서도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된다).

첫 여성 사무총장답게 보코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의 역량을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해 활용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녀 및 여성들의 역량강화’(girls’ and women’s empowerment)는 보코바 사무총장의 최우선 역점 과제들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명시되어 있는 유명한 슬로건 “인간의 마음속에 평화를 쌓다”(building peace in the minds of men)가 “남성과 여성의 마음속에 평화를 쌓다”(building peace in the minds of men and women)로 바뀐 것에서도 양성평등 달성에 대한 사무총장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사업 전반을 추진하는 데 고려할 범세계적 우선순위(global priority)로 ‘아프리카’와 함께 ‘양성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 양성평등 업무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달성할 ‘양성평등 우선 행동계획’(Priority Equality Action Plan)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무총장실 안에 양성평등국(Division for Gender Equality)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교육, 인문사회/자연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등 유네스코 사업 분야 전반에 걸친 양성평등 관련 정책 안내 및 권고, 역량 강화, 조사·연구·모니터링 등을 관할한다. 

양성평등 달성을 위한 유네스코 사업은 크게 2가지 접근방식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유네스코 사업 전반에서의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in all programmes and activities)로, 법규, 정책, 프로그램 등의 모든 영역별·단계별로 양성평등을 추구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성별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특정 성별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gender-specific programming)으로, 소녀 및 여성의 교육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유네스코-로레알 여성 과학자상 프로그램, 성-미디어 국제연맹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 유네스코는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3월 8일)을 비롯해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1979년), ‘세계 여성 폭력 철폐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 11월 25일) 등 유엔에서 제정한 기념일 및 협약과 관련해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여성 역량 강화 및 양성평등을 재고하고자 「베이징 선언 및 행동강령」(Beijing Declaration and Platform for Action, 1995년)을 유엔이 승인한 지 20년이 지난 올해, 유네스코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 주제를 ‘2015년과 그 이후의 여성 역량 강화 및 양성평등 재고’로 정하고 베이징 선언의 의미와 현재 양성평등의 실태를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리처드슨 옥스퍼드대 신임 사무총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총장으로 임명되었다는 게 뉴스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3년도 유네스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연령의 여아 3천여 명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전 세계 비문해 계층 및 최빈곤층의 3분의 2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자,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양성평등은 국제사회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전 세계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는 그날까지 유네스코가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unes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