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일,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축구팬들이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을 때였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축구계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 유벤투스 FC에서는 피벨 네드베드, 에드가 다비즈, 크리스티안 비에리, 조란 미르코비치 등이 참여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페르난도 이에로, 스테파노 타코니,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등의 전직 선수들이 함께했다. 이 두 팀에서 모두 활약했던 ‘세계 축구의 아이콘’ 지네딘 지단도 참가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들 ‘그라운드의 별’의 레전드 매치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유네스코컵’(UNESCO Cup) 때문이었다.

지구촌에 ‘월드컵’이 있다면, 유네스코에는 ‘유네스코컵’이 있다. 유네스코컵은 축구장 내 인종차별을 염려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No To Racism’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축구장 내 인종차별 문제는 훌리건과 함께 축구계의 오랜 병폐로, 2014년 FC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벌어진 ‘바나나 투척 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바르셀로나의 브라질 선수 다니 아우베스가 코너킥을 준비하고 있을 때, 관중석에서 바나나가 날아왔다(축구장에서 바나나를 필드에 투척하거나 선수에게 내미는 행위는 유색인종을 조롱하는 인종차별로 통한다). 그러나 아우베스는 묵묵히 바나나를 까먹으며 코너킥을 찼고, 이날 바르셀로나는 역전승을 거두었다. 방송을 통해 나간 아우베스의 의연한 행동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스포츠 분야에서 안티도핑을 주도하고 페어플레이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와 함께 차별과 인종주의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유벤투스FC와 함께 2015년까지 추진하는 유네스코컵은 ‘만국 공통어’인 축구를 통해 차별과 인종주의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루기 위한 유네스코의 프로젝트이다. 2013년과 2014년 경기에서는 모두 레알 마드리드가 각각 2-1과 5-1로 승리했다. 2015년 경기는 아르헨티나 명문 축구클럽인 보카 주니어스가 참여해 6월 18일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유벤투스 FC 드림팀과 격돌한다.

한편 유네스코컵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크게 2가지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나는 말리와 중앙아프리카의 소년병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문해교육, 미장과 목공 등의 취업준비교육,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문화, 스포츠 및 예술 행사를 지원한다. 또 하나는 스포츠에서의 차별과 인종주의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하는데, 이 연구에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구체적인 데이터와 통찰력을 제공하면서 스포츠 분야에서 인종차별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까지 담을 계획이다.

유네스코컵 외에도 차별과 인종주의 타파를 위한 유네스코의 노력은 다방면으로 진행되어 왔다. 1978년에는 「인종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Race and Racial Prejudice)를, 1995년에는 「관용의 원칙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f Principles on Tolerance)을 채택했다. 2004년에는 인종차별반대도시국제연합(International Coalition of Cities against Racism)을 결성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전 세계 도시들의 노력을 지원해오고 있다.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11월 16일 ‘세계 관용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olerance) 등 유엔 제정 국제 기념일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1959년, 텍사스 출신의 백인인 존 하워드 그리핀은 미국 남부 지역 흑인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후, 그들의 실상을 알고자 스스로가 ‘흑인’이 되는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색소 변화를 일으키는 약을 먹고, 강한 자외선을 온몸에 쪼이고, 머리까지 삭발해 중년 흑인남성의 외모를 갖춘 후 두 달여 간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을 돌며 흑인으로서의 삶을 체험했다. 그 결과물로서 2년 뒤에 발간된 저서 『블랙 라이크 미』(20세기 인종차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자료로 꼽히고 있다)에서 그는 흑인의 삶을 “온통 자신의 열등한 지위를 계속 확인받는 일상”이라고 묘사했다. 불과 반세기 전의 이야기이다. 흑인 대통령이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전 세계 차별과 인종주의를 날리고자 유네스코는 앞으로도 다양한 슈팅을 시도해 나갈 것이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뉴스> 제696호. “평화 담은 유네스코컵 – 레전드, 차별과 인종주의 타파 위해 뭉치다”

- 유네스코 보도자료(2015년 5월 7일자), “UNESCO Cup 2015: Juventus vs Boca Juniors Legends at the Juventus Sta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