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어린이와 한 명의 교사, 책 한 권과 펜 한 자루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2013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청소년유엔총회에서 16살 생일을 맞은 한 소녀가 연단 위에 섰다. 파키스탄의 여성 교육 운동가이자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였다. 이날 말랄라의 연설은 전 세계가 기초문해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말랄라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0대 소녀’로 거듭난 것은 ‘교육’ 때문이었다.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인 탈레반은 말랄라가 살던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Swat) 계곡을 지배하면서, ‘불순한 서양 문화’를 따르지 못하도록 현지 여성들의 교육권은 박탈하고 여학교 문을 강제로 닫아걸었다. 말랄라는 영국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여성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억압하고 있는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했고, 그 대가로 탈레반 무장 세력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말랄라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말랄라가 부르짖었던 것은 우리 삶의 성취와 발전의 기초가 되는 ‘문해’이다.

교육이 최우선순위 사업 분야인 유네스코는 1946년 기초교육에 관한 사업을 승인한 이래로, 비문해 해소를 위한 다양한 기초교육 증진 활동을 추진해왔다. 1948년에 유네스코는 모든 회원국들이 자국에서 무상 기초교육을 의무화·보편화해줄 것을 권고했고, 1957년에 발간한 『세기 중반의 세계 비문해』(World Illiteracy at Mid-century)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지역 및 국가별 비문해 실태의 통계적 증명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1965년 테헤란에서 개최된 ‘비문해 해소를 위한 국제 교육장관회의’에서는 “문해는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는, 한 인간이 단순히 읽기와 쓰기에 국한되는 기초적인 문해교육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시민적·경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 개념을 적용해 유네스코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재정 지원을 받아 1967년부터 1973년까지 문해가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조사하는 ‘세계 문맹해소 실험계획’(EWLP)을 수행했다. 

1975년 유네스코는 국제 문해 심포지엄을 주관하면서 「페르세폴리스 선언」(Persepolis Declaration)을 채택하는데, 이 선언에서는 “문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내재하는 여러 모순에 대해 비판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사람들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참된 의미의 인간 발전을 도모하는 사업을 앞장서서 벌이고 이에 참여하도록 자극한다. 문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1960년대에 유네스코가 카라치(1960년), 아디스아바바(1961년), 산티아고(1962년), 트리폴리(1966년)에서 잇따라 개최한 지역별 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보편적 초등교육’을 시급히 달성해야 할 과제로 천명했는데, 이후 모두를 위한 교육은 국제사회의 주된 목표이자 과제가 되었다. 1990년 국제사회는 모두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태국 좀티엔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 세계회의’를 개최해 유아, 초등, 문해, 기술교육을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기초교육운동인 ‘모두를 위한 교육’(EFA, Education for All)을 출범시켰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0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유네스코는 「다카르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2015년까지 달성해야 할 EFA의 6가지 목표로서 ▲ 영유아 교육·보육 확대, ▲ 성인 문해율 증진, ▲ 초등교육 보편화, ▲ 교육의 양성평등 달성, ▲ 청년 및 성인 학습 요구 보장, ▲ 교육의 질 보장을 명시한 이 강령은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함께 보편적 교육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가 실행해 나가야 할 목표를 제시했다.

유네스코는 문해의 가치와 중요성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동참했다. 1967년에 유네스코는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로 지정하고, 유네스코 문해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이들 문해상 가운데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1989년에 제정된 ‘세종대왕 문해상’이 있다). 더불어 유엔이 제정한 ‘세계 문해의 해’(International Literacy Year, 1990년)와 ‘유엔 문해 10년’(UN Literacy Decade, 2003-2012년)의 선도기관(lead agency)으로도 활약했다.

지난 5월 19일부터 21까지 인천 송도에서는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이 열렸다. 2000년 이후 EFA의 성과를 종합평가하고 향후 15년간 세계교육의제를 이끌 교육 목표를 설정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서 국제사회는 EFA의 목표들이 15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있다는 데 공감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문해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어주는 다리이다”라고 말했다. 문해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권리이지만, 비문해율 0%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는 유네스코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야 할, 희망을 향한 길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뉴스> 제634호. “톺아보는 유네스코 역사 12장면 3 – 문해, 어둠을 깨뜨리는 빛”

- 오혜재, “영유아 보육 및 교육 분야 국제사회 동향과 과제 –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육아정책포럼』 제32호(2012년 9/10월호), 육아정책연구소,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