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난민들은 지금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 그들에게 가주시겠어요?” 지난 4월 24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헐리우드 여배우’가 아닌,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였다. 그녀는 지난 4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40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안보리를 질타했다. 내전 발발 이후 11차례에 걸쳐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한 졸리의 생생하고 호소력 있는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유엔 기구에는 ‘친선대사’(Goodwill Ambassador)라는 제도가 있다. 친선대사는 평화, 안보, 교육, 문화, 건강, 개발, 빈곤 감소, 기아 해소, 가족계획, 마약의 남용/매매, 인권, 여성/어린이/난민의 권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추진되는 유엔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통적으로 이들 친선대사는 전 세계 유명인사들 가운데서 선정해왔는데, 이들 대부분이 연예계에 종사한다.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 이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아프리카 전 지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등 50여 개국을 돌며 구호활동에 헌신한 세기의 명배우 오드리 헵번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엔의 친선대사 제도는 1954년 ‘유엔아동기금’인 유니세프(UNICEF)가 처음으로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7년 유엔이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주도로 ‘평화 사절’(Messenger of Peace)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2003년 「친선대사 및 평화사절 임명을 위한 지침」을 마련한 것이 친선대사 제도가 활성화된 기폭제가 되었다. 현재 유네스코를 포함해 유니세프,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다양한 유엔 기구에서 친선대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88년부터 친선대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유네스코 친선대사들은 각자의 재능과 명성을 활용해 교육, 문화, 과학,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유네스코 활동들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를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친선대사들 가운데 음악가, 예술가, 작가, 과학자, 노벨상 수상자들이 포함된 것이 다른 유엔 기구들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들 유네스코 친선대사의 역할은 각자의 활동 분야 및 보유하고 있는 팬들의 유형을 반영해 결정된다. 라틴 아메리카 지역 기초교육, 언어다양성 촉진, 무형문화유산 보존 등 유네스코의 사업 분야에 맞춰 임무가 부여된다. 친선대사들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짐으로써, 친선대사 활동과 관련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유네스코를 위해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총 56명의 유네스코 친선대사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 월남전 종전의 계기가 되었던 ‘네이팜 소녀’ 킴 푹,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포함되어 있다. ‘재즈계의 카멜레온’으로 불리는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재즈의 날’(International Jazz Day, 4월 30일)을 홍보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2007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명배우 포레스트 휘태커도 2011년부터 세계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유네스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고인이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도 2005년 유네스코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한 바 있다.

친선대사 외에도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을 촉진하는 ‘문해 10년 명예대사’(Honorary Ambassador for the Decade of Literacy, 1명), 유네스코 활동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는 ‘특사’(Special Envoy, 5명), 괄목할 만한 스포츠 스타인 ‘스포츠 챔피언’(Champion for Sport, 13명), 예술/음악/시/문학 분야에 종사하는 ‘평화예술인’(Artist for Peace, 55명) 제도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로라 부시 전 미국 영부인이 문해 10년 명예대사로 활동했으며,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를 부른 팝스타 셀린 디온, 중국의 국민배우 공리가 평화예술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1년 ‘스타 기부순위 1위’를 차지한 미국의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나는 유명인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유명 인사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전 세계 언론과 대중은 주목한다. 그들이 움직이면 세계가 움직인다. 유엔은 친선대사 제도를 통해 이들 유명인사들과 함께 ‘세계평화’라는 보다 특별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친선대사는 곧 세계평화를 위한 얼굴이며, 유네스코에는 교육, 문화, 과학,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56개의 얼굴이 있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뉴스> 제698호. “세계 평화를 위한 값진 재능기부 – 지구촌 누비는 ‘유네스코 친선대사’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