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필자가 대학에서 유네스코 관련 특강을 할 때였다. 강연을 마친 후 질문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필자의 경험상 국제기구 취업과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최근 ‘이슬람 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문화유산들을 파괴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유네스코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가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분야의 다양한 활동들을 담당하고 있는 유엔 전문기구이지만, 정치적·외교적 문제가 개입되는 세계유산 등재에 특히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중요한 것은 세계유산 지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들 유산을 지속가능하게 보존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일명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했고, 이를 기반으로 1975년 세계유산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세계유산 보호활동이 본격화되었다. 

국제사회가 세계유산 보호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된 시기는 1970년대이지만, 그전부터 이미 유네스코의 노력은 시작되고 있었다. 창립 이후로 현재까지 유네스코가 추진한 세계유산 보호활동 가운데 가장 큰 업적으로 단연 ‘누비아 캠페인’(Nubia Campaign)을 꼽을 수 있다. 1960년부터 진행된 이 캠페인은 ‘문화유산의 범세계적 보존’이라는 발상을 실천에 옮긴 계기이자, 1970년대 국제사회의 세계유산 보호활동의 실질적인 초석이 되었다. 

1959년, 이집트 정부는 나일강에 아스완 하이댐(Aswan High Dam)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댐을 만들면 이집트에서 수단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생기게 되어, 나일강 상류의 아부심벨(Abu Simbel) 신전을 비롯한 누비아 유적지 및 일대 역사유물이 수몰될 상황이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가 보유한 귀중한 역사유적이 사라질 위기였지만, 이집트 정부는 경제개발을 위한 댐 건설을 포기할 수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유산 보존을 추진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1959년 이집트와 수단 정부는 유네스코에 지원을 요청했고, 1960년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이 공식화되자 유네스코는 누비아 유적의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후 같은 해 개최된 제1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누비아 유적 보존을 위한 국제 캠페인이 승인되었고, 1961년 독일 연방정부를 시작으로 누비아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부심벨 신전을 원래 위치보다 65미터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이 작업은 4천 2백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 대공사였다. 세계 40여 개국 기술팀들이 6개 그룹으로 나뉘어 4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년에 걸쳐 필레(Philae) 신전의 보존사업까지 이어진 누비아 캠페인은 유네스코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과였다. 이 캠페인의 결과를 보고 이집트인들은 아부심벨 신전이 수호신인 ‘태양신 아몬의 기적’이라고 감탄했다. 1982년에는 이 성공적인 캠페인이 후속작업으로서, 카이로에 국립이집트문명박물관과 아스완에 누비아박물관 건립을 위한 국제 캠페인이 시작되기도 했다.

최근 유네스코에서 또 한 번 주목할 만한 ‘세계유산 지킴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난 3월 28일, 이라크 바그다드 대학교에서 ‘Unite4Heritage’ 캠페인 발족식이 열렸다. 극단주의자들이 자행하고 있는 심각한 문화재 파괴행위로부터 세계유산을 보호하고자 시작한 이 캠페인을 위해 이라크의 정부 및 대학생들은 자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발대식 장소가 피해지역인 이라크라는 점도 상징적이지만, 젊은 세대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파급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유네스코의 세련된 전략도 눈길을 끈다. 누비아 캠페인이 시작된 후 반세기가 넘은 지금, 유네스코가 ‘태양신 아몬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뉴스> 제635호. “톺아보는 유네스코 역사 12장면 4 – 누비아 캠페인, 세계유산보호의 첫걸음”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unes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