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터넷 쇼핑몰, 여행가방 매장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캐리어 여행가방. 하지만 약 40년 전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남대문, 이태원에서나 구할 수 있는 이색적인 물건이었다.

이태원은 지금도 이민가방이라고 부르는 3단, 4단짜리 검정색 대형가방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시가 이러한 스토리를 담은 이태원 관광명물로 가로 4m, 세로 2.8m 크기의 대형 ‘여행가방과 여행자 상징물’(이하, 여행가방 관광상징물)을 이태원 1번 출구 부근에 31일(월) 설치한다. 

이는 스토리텔링 관광명소화 ‘서울 속 세계여행’ 사업의 하나로, 앞서 지난 7월엔 ‘서울 속 세계여행’ 이야기 가이드북을 발간한 바 있다.

     

관광상징물은 빨간색 여행가방을 여행자가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이는 70~80년대 여행가방을 가지고 거리를 활보하던 이태원의 풍경을 나타냈다. 

특히 ‘여행가방’의 내부 공간은 관광안내소로 활용해 단순한 관광상징물이 아닌 여행자와 소통하는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기획했으며, 관광안내소가 운영되지 않는 야간에는 ‘여행자’ 상징물이 주변을 밝히는 가로등 역할을 하도록 했다.

가로등 설치로 밤에도 사진촬영과 상징물 인식이 가능하다. 또, 야간에도 관광안내책자, 홍보물 등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외부에 홍보물 진열대를 설치했다. 

또, 여행가방 좌측에도 손잡이를 달고, 정면엔 카메라 모양의 아이콘을, 상부 손잡이엔 익살스러운 픽토그램(pictogram)스티커 등을 설치하는 등 관광객이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여행가방 관광상징물은 문화기획사와 작가가 중심이 돼 지역 관계자 의견 청취, 시민, 외래 관광객 약 1,300명을 대상으로 한 거리투표를 진행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서울문화재단의 ‘문화가 있는 놀이터’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던 문석준 작가와 송진수 작가가 디자인을 진행했으며, 해밀턴 호텔 측, 이태원 관광특구협의회 등의 의견을 반영해 다듬어졌다.

또한 지난 4월 시민 및 외래 관광객 약 1,300명을 대상으로 여행가방 관광상징물의 디자인(안)에 대해 거리투표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반영해 상징물의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등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 완성됐다.

한편, 이태원은 조선시대부터 여행자의 대표적인 숙박지역이었으며, 현재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세계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 지역으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태원은 조선시대 서울을 드나드는 여행자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원(院)이 설치되어 있던 지역으로, 홍제원(홍제역 부근), 보제원(안암역 부근), 전관원(한양대역 부근) 등 한양의 4대 원(院)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원(院)이었다.

1970년대에는 외국 항공기 승무원들이 서울로 비행을 나왔을 때 수제 양복이나 가죽제품을 맞춤 제작하러 들르는 곳으로 유명했으며,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 등이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이태원을 방문했다.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내국인들도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이색적인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는 클럽, 펍(pub) 등이 즐비한 거리와 차도르와 히잡을 진열해 놓은 무슬림용품점, 이슬람 사원이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기도 하다.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태원의 오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재미난 형태의 여행가방과 여행자 관광상징물이 이태원 방문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 많은 관광객에게 재미와 추억을 선사하길 바란다”며, “더불어 관광안내소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앞으로 이태원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