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지 않는 중국인과 중국교회

중국에서 삼국지 강의로 이름을 날린 역중천(이쭝티엔)은 그의 마지막 강의에서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신을 믿지 않고, 신격화된 인간을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인이 믿는 신격화된 인간에 대해서는 쉽게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불과 수십 년 전에 죽은 모택동(천안문에 걸려있는), 당대의 철학자였던 공자, 노자, 장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갈량, 관우... 등등등!

역중천은 더 나아가 중국이 예로부터 신이라는 존재를 완벽한 존재로부터 찾지 않고, 인간을 미화시키고 신을 만들어 믿는, 신을 믿지 않는 민족이라고 했습니다.

이 역중천의 이야기는 사실 대단히 Out dated 된, 제가 아주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이나 지금도 제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어 소개 드렸는데요, 철학을 전공한 한 중국 친구가 제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어려서부터 신에 대한 것을 알아오지 못했고 배운 철학이라곤 사회주의 마르크스에 관한 것이라고' 또한 중국정부는 '수 많은 철학자 중에 한명일 뿐인 마르크스의 것을 계속 반복해서 공부하도록 했다고'

그 친구는 결과적으로 제게 아무도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 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왜냐?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 즉 눈에 뵐게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하나 둘 개개인이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전체 사회가 그렇다면? 조금은 무서울 수 도 있겠네요. 이제 신을 믿지 않는 중국인이라는 이야기는 각설하고 현재 중국에서 세력이 번창하고 있는 교회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중국일주 20일차 기록을 통해 공유드릴 예정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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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차(05/16) 중국교회와 천안문 구경

오늘은 일요일, 중국 교회를 방문할 생각이다. 목적지는 충원먼(崇文门) 부근에 있는 한 교회! 아침 겸 점심으로는 홍샤오니뤄멘(红烧牛肉面)을 먹었다. 홍샤오니뤄멘을 한국말로 풀면 빨간 국물 우육면, 혹은 얼큰 소고기면 정도가 되며 '홍샤오(红烧)'는 중국요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간장을 넣어 빨간색을 띠게 한 것'을 말하고 보통 얼큰한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면에서 가끔 동그란 갈색 씨앗이 나왔는데, 이것은 화쟈오(花椒, 산초)로 씹으면 혀가 마비될 정도로 시고 쓰리고 하다. 역시 중국음식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우육면을 먹고나와 버스를 타는데, 2번 놀랐다. 버스 기다릴 때 줄을 서서 기다리고, 버스 안에서는 노인에게 자리양보까지 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데, '先让一部分人富起来!' 먼저 발전의 혜택을 본 북경사람들이라서 그럴까? 여유가 있고 선진적 시민의식도 어느정도 보여주었다. (물론.. 나쁜점을 보려면 또 끝이 없겠지만)

[0614, 교회에서 나오는 인파가 굉장하다]

[0615, 충원먼 교회 안]

그리고 또 걷고 걸어 드디어 교회 부근까지 왔다. 부근에서는 사람이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12시정도 되다 보니 예배가 끝나고 다들 밥 먹으로 가는 것 같았다. 그보다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대단한 상식적 쇼크를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한족) '흔히 중국하면 종교를 탄압하고 신을 믿지 않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편견이었나 보다.

이 곳 '충원먼탕(崇文门堂, 숭문문 교회)'은 북경에서 설립된 최초의 교회로 1870년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약간의 관광명소적 요소로 인해 나처럼 사진 찍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었다.

[0617, 성경책은 교회나 종교서점에서만 판매한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일단 오전 예배는 끝났고, 오후 1시부터는 조선족 예배가 있다고 한다. 현재 시각이 12시30분으로 30분 정도 남아, 조금 기다렸다가 예배당에 들어가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회 한 편에는 성경책을 파는 곳이 마련되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매 중이었다. (참고로 일반서점에서는 성경책 등과 같은 종교서적을 취급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도 성경책을 하나 샀다. 원래 있던 것보다 더 작고 보관하기 좋게 되어있어서 35위안(6,000원)에 구입!

나와서 다시 둘러보다가 정보를 조금 수집할 겸하여 사무실에 들어가 이 곳 숭문문 교회의 전도사님(?)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큰 내용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알고 있던 내용을 좀 더 확인한 차원이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중국 교회가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제약은 사실상 없으나, 공개적으로 전도하는 것은 용납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다만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전도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한다. 또한 현재 북경 시내에는 8개의 교회가 있으며, 해당교회에는 4~5천 명의 한족과 조선족 4~5백 명이 예배를 드리러 온다고 한다. (규모가 대단히 큰 교회임을 알 수 있었음)

[0620, 교회내부 모습]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조선족 예배 전, 앞에서 주보 등을 나눠주시는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재밌었던 것이 조선족들이 한족과 같이 예배를 안 드리는 것 가운데 중요한 이유가 중국어 실력차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어를 한족만큼 구사하지 못하는 조선족들이 상당히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조선족이 한족 교회에서도 따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보면, 조선족과 한족의 융합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배의 진행순서는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찬양 역시 한국교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상당히 익숙한 것들이다.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할 때 즈음하여 밖으로 나왔는데, 사람은 대략 90명 정도 있었던 것 같고.. 오후 7시에 한족 예배가 있다고 하여 다시 올 계획이다.

(중략.......)

시단을 둘러본 뒤 다시 교회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6시 50분 정도, 한족들 교회는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

[0669, 교회 내부]

주보에 써있는 예배 순서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성가대 합창 (圣诗班)

2. 성도간 서로 안부를 전함 (서로에게 평안을 기원)

3. 시편 34장 1~3절

4. 찬양(중국은 시라고 표현)

5. 주기도문 낭송 (워먼짜이톈샹터푸..)

6. 성경 교독

7. 찬양

8. 기도

9. 성경 읽기

10. 성가대 합창 (시라고 표현)

11. 설교 ('예수의 승천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

12. 주간보고

13. 서로의 평안을 기원

14. 찬양

15. 목사 축복

16. 아멘송 (폐회를 알림)

음.. 우리랑 개념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상당히 비슷하고 목사분이 하는 말들도 성경에서 근거해서 하는 것이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 날 하루는 교회로 시작해서 교회로 끝이 났는데.. 중간중간 수확이 많았던 하루였다. 기억나는 점이라면, '1) 조선족과 한족의 예배가 구분되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2) 북경의 번화가는 생각보다도 훨씬 발전해 있다, 3) 중국 교회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 예배수순도 한국과 비슷하다, 4) 야자열매는 달지 않다, 5)전갈을 먹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도가 되겠다.

* 해당칼럼은 '중국문화의 이해'라는 도서의 Chapter5 내용을 발췌/편집하여 만든 것입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41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