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인과 타우린이 가득 든 음료에 의지해 숱한 밤을 새웠다. 3.25㎡ 남짓한 공간 안에서 누군가의 책장 넘기는 소리와 숨소리를 들으며 2주를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기간이 끝났다. 다시 일상생활 모드로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왔나 싶었던 가을은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성큼 멀어져 있었다. 괜스레 마음은 헛헛해졌고 가을의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마음을 달래보고 싶었다. 세종로를 지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대한 직사각형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있는 가운데 경복궁의 모습이 보였다. 수문장 교대식을 하고 있는지 광화문 앞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했다. 궁…. 문득 언젠가 혼자서 궁 투어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 11월의 궁을 여행해 보자. 뭔가 일상공간과는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궁으로. 그렇게 경복궁․창경궁․창덕궁․덕수궁 서울의 4대궁을 돌아보기로 결정하고 여행을 준비했다. 마치 조선의 궁을 처음 방문한 낯선 이방인이 된 것처럼. 그리고 느꼈다. 궁에 대한 내 지식이 외국인만큼 얄팍했음을. 4대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1392년_ 조선을 건국한 태조이성계 경복궁을 조영하다 ↘경복궁(景福宮)의 의미 개국공신 정도전이 『시경』주아편의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부르니 군자 만년에 큰 복을 누리리라(景福)’라는 인용해 지었다. ●1405년_ 창덕궁 건립되다 ↘태종의 경복궁에 대한 안 좋은 기억 조선 개국 후 규모가 큰 경복궁이 창건됐는데도 태종은 새로운 궁궐을 세웠다. 두 번에 걸친 ‘왕자의 난’으로 정적 정도전과 이복동생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태종으로서는 피의 현장인 경복궁에 기거하는 것이 꺼려졌을 것이다. ●1483~1484년_ 성종, 세 명의 대왕대비(정희왕후 윤씨․소혜왕후 한씨․안순왕후 한씨)를 위해 창경궁을 세우다 ●1592~1598년_ 임진왜란 일어나다 ●1593년_ 피난 갔던 선조, 덕수궁으로 들어오다 ↘ 갈 곳 잃은 선조 피난 갔던 선조는 한양으로 환도했으나 임진왜란으로 인해 궁궐이 모두 화재로 소실돼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선조는 세조의 큰손자 월산대군의 사저였던 덕수궁을 행궁(行宮․임시로 거처하는 별궁)으로 삼았고, 덕수궁은 궁궐의 역할을 하게 된다. ●1610년_ 광해군, 창덕궁과 창경궁을 재건하다 ↘경운궁의 탄생 덕수궁에서 즉위식을 올린 광해군은 창덕궁이 재건되자 창덕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왕족의 사가(덕수궁)를 경운궁이라 불렀으나, 이후 7년 동안 경운궁은 비어 있었다. ●1868년_ 경복궁, 옛 모습을 되찾다 ↘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270여 년 간 중건되지 못했던 경복궁이 고종 5년에 재건됐다. ●1897년_ 고종, 경운궁으로 들어가다 ↘ 경운궁으로 가겠다 명성황후가 시해당하는 을미사변 후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은 다시 환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고종은 경복궁으로 가지 않고 경운궁으로 갔다. 경운궁 주변에는 서구 열강의 공사관이 위치해 위험한 경우 안전하게 피신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1907년_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바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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