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어떤 이의 첫사랑이 숨어있는 곳, 어떤 이의 장난꾸러기 시절이 아로새겨져 있는 곳, 어떤 이의 아버지의 발걸음 소리가 잔잔히 울리는 곳, 어떤 이의 술주정이 길과 길 사이로 퍼져나가는 곳, 어떤 이의 치기어린 방황과 반항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곳…. 그 곳 골목길을 여행자가 되어 사각 프레임에 담아 봤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옛 정취가 묻어나는 골목길 여행_ 종묘 순라길, 계동길


종묘 순라길_ 종묘 입구에서 왼쪽으로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길게 뻗어 있는 좁은 길이 보인다. 이름은 ‘순라길’. 조선시대 순라군들이 순찰을 하며 화재나 도적을 막기 위해 돌던 길이다. 월요일 오전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길을 따라 늘어선 해장국집, 공방, 재료상점 안에서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길로 바퀴가 세 개 달린 오토바이가 덜덜거리며 지나갈 때면 ‘에고’하며 몸을 피하곤 했다. 상점 사이사이에는 예상치 못한 골목들이 반긴다. 골목 안쪽으로 파고들어 가보니, 옻칠을 해 까무잡잡한 전통식 대문과 현대식 타일이 조화를 이뤄 두 가지 정취를 만들어냈다. 시멘트와 벽돌,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외벽에 기와지붕이 올라간 건물은 묘한 느낌을 뿜어내기도 했다. 집 앞에 놓여있는 화분마다 개나리와 매화가 피어 봄날의 향기를 더했다. 골목과 골목 사이로 언뜻 비치는 종묘 담장의 모습은 소박했지만 아름다웠다. 

순라길 초입

순라길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식당들

순라길을 따라가다 무심코 들어가 본 골목

계동길_ 서울 도심 속에 빽빽이 들어선 고층 건물들을 지나가다보면 시원하게 트인 골목길이 하나 나타난다. 상점 간판들이 줄을 서 있고 골목 끝자락에는 인왕산이 위엄을 지키며 점잖게 앉아있다. 북촌이 시작되는 이곳은 계동의 골목길이다. 북촌을 시작을 알리는 곳답게 길 어귀에는 북촌문화센터가 있다. 향기 가득한 꽃집들과 198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아과, 문구점, 식당은 중년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보기 힘든 간판과 가게 전경에 정신을 빼앗긴 채 걷다보면 어느새 길 중반에 접어든다. 그곳엔 계동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 중앙탕과 MBC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촬영장소이기도 했던 황금알식당이 있다. 목련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집들을 구경하며 어슬렁 거리다보면 언덕 끝에 자리 잡은 고딕식 건물이 인상적인 중앙고등학교에 이른다. 서울의 옛 모습을 담고 있는 계동 골목길 산책은 당신을 시간여행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집

계동의 참기름집과 철물점

계동의 최소아과 의원

계동의 고서점 문화당

한옥 대문이 예쁜 피아노 학원

박산희 학생기자(인하대 행정학과2, sans2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