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산울림의 '산울림고전극장 2014'이 연극 “설국”으로 개막했다. ‘산울림고전극장’은 관객에게는 수준 높은 고전 문학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동시에 젊은 연극인들에게는 새로운 표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연극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원작의 노벨상 수상 원작소설을 국내 최초로 극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연극 “설국”을 연출한 극단 모도의 전혜윤 연출자와 ‘요코’ 역의 김정아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산울림고전극장2014' 개막작 "설국"의 전혜윤 연출과 '요코'역 김정아 배우     ⓒ 강빈 기자

윤준식 기자(이하 기자): 원작의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는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알 정도로 임팩트있는 부분이다. 연극 “설국”의 첫 장면은 퍼포먼스로 시작하다 이 문장이 대사로 사용되었다.
 
전혜윤 연출자(이하 연출): 실제로 극도 이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 속의 다른 대화나 문장들은 각색을 거쳤는데 이것만은 그대로 살렸다. 그런데 연출 과정에서 뭔가 오프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프닝 퍼포먼스가 끝난 후 그 첫 문장으로 극의 1장을 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무대 위의 “설국”과 원작과 다르게 시작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시적이면서도 인간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라서 어려웠다. 극으로 표현하면서 어떤 표현양식을 선택하고 대본의 형식을 선택하면서 간결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기자: 극에 몰입을 할수록 묘하게 원작과 다른 설국을 보게 된다. 원작 소설이 ‘남자 설국’이라고 보여지고, 극화된 작품은 ‘여자 설국’이라는 차이점이 느껴진다. 모티브는 소설 “설국”에서 가져왔지만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설국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에서 펼쳐지는 ‘여인들의 설국’으로 보여진다.
 
연출: 원작에서는 ‘시마무라’가 주인공이면서 관찰자로 등장한다. 시마무라는 전달자에 국한되며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마무라는 우리와 가까운 나약하고 비겁한 사람이다. ‘시마무라’의 여정과 시선을 따라 ‘설국’과 ‘두 여자들’을 발견하면서 오히려 여자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지며 이들이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 눈여겨 보게 되었다.
 
기자: 원작만 읽었을 때는 무대에서 ‘고마코’를 어떻게 보여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극에서는 원작과 달리 ‘요코’가 어려운 역할로 등장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어떻게 연기했는가?
 
김정아 배우(이하 배우): 극을 준비하며 3개월간 연출과 많이 부딪혔다. ‘요코’라는 인물에 대해 소설에서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요코’의 과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별로 없다. ‘유키오’를 사랑하는데 ‘시마무라’와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요코’의 죽음도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등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연출과 계속 대화하며 ‘요코’의 이미지를 잡고 그 이미지로 단순화작업을 했다.
 

▲ 원작에서는 모호했던 '요코'의 이미지가 극화되면서 보다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 극단 모도 제공

 
기자: 극에서 보여주는 ‘요코’가 원작 텍스트대로의 요코가 아니었다. 주변인처럼 입퇴장을 반복하는 ‘요코’ 이야기를 또다른 이야기를 생각하며 따라가게 한다. 그러면서 극이 끝났을 때는 오히려 원작의 ‘요코’를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면이 있었다. 특히 극 중간에 낭송되는 동요가 주는 이미지가 크게 다가왔다.
 
연출: 원작에서 ‘요코’가 2가지 동요를 부른다. 그중에서 하나를 반본적으로 사용하며 요코의 이미지를 강하게 했다. 노래로 표현하기 보다는 시구(詩句)로 사용하여 극 중 다양하게 활용했다.
 
기자: 오히려 극 후반부에는 ‘시마무라’의 대사와 섞여서 극적 효과가  더 강해짐을 느꼈다.
 
연출: 그런 식으로 ‘요코’와 ‘시마무라’의 접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극을 만들었다.
 
기자: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한국적이다. 8개의 직사각형으로 다다미를 표현했지만, 실제 무대 위의 공간활용을 보면 *‘와비사비’로 표현되는 일본의 미학과는 전혀 다르다. 배경과 소품이 설정하는 선을 넘어 배우들이 무대를 전후좌우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점이라든가 조명보다 높은 위치에 은하수를 표현한 것이라든가 오히려 대청마루에서 앞 산을 바라보는 한국적 공간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극 중에 춤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 춤을 통해 다다미를 벗어나며 원작소설과 다른 시공간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해설: 와비사비(わびさび(侘寂))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 미적관념의 하나이다. 
간소하면서도 미완성 가운데 무상한 미의식을 의미한다. (위키백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