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名品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 이름과 명성뿐만 아니라 엄선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만의 색을 완고히 지키며 대중들의 신뢰를 주는 것. 연출가 ‘임영웅’과 ‘사무엘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 극장 ‘산울림’이 지금까지 선호되는 이유이다. 지난 3월 12일부터 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되고 있는 ‘사무엘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은 세월이 지나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충격을 주는 名作으로 회자되고 있다. 1969년 초연을 시작으로 임영웅 연출가는 끊임없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해 왔다. 그는 이 작품에서 어떤 화려한 무대효과도, 아름다운 음악을 사용하는 기교도 배재한 체, 담백하게 연극을 풀어간다. 관객에게 주어진 것은 작은 무대 공간과 세트, 최소한의 조명, 그리고 배우뿐이다. 그 속에서 관객들은 담담한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관객이라는 배우가 된다.
연극 속에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씨와 기다리는 사람들인 고고와 디디가 등장한다. 아무 기약 없는 약속, 약속된 장소도 시간도, 생김새조차 알지 못하는 고도씨... 끝도 없는 기약인 기다림 속에 이들은 머무른다. 님을 기다리는 망부석처럼 이들은 흘러가는 시간을 다양한 놀이를 하며 메운다. 때때로 싸우고 화해하기도 하고, 포조와 럭키를 보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어느 날은 노래도 부르고, 어느 날은 졸기도 한다. 그들의 핑퐁식 대화와 몸의 움직임 속에 관객은 어느새 포조와 럭키, 고고와 디디가 된다. 같이 놀다가 지칠 때쯤 한 소년이 등장하고, 고도씨가 오지 못함을 알리며 1막이 끝난다. 여기에서 관객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고도씨는 누구이기에, 이들이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2막이 가지고 있다. 2막에서도 여전히 고고와 디디는 고도씨를 기다린다. 어제와 똑같이 포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그런데 포조와 럭키의 신변에 변화가 있다. 고고는 어제 본 포조와 럭키의 신변변화에 어리둥절하고 디디는 그런 포조와 럭키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고도씨를 기다린다.
이 연극에서는 그 누구도 고도씨가 누구인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심지어 연출가조차, 배우들도 그를 유추할 수 있는 일말의 실오라기조차 주지 않는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답은 고도씨를 고고와 디디가 기다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못된 연극일 수도 있다. 1막에서 궁금증과 지루함을 한껏 키워놓고, 2막에서는 그 어떤 것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 연극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고도는 무엇인지 우리가 단정할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여유가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순정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무엘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는 스토리에 충실하면서도 그 어떤 것도 포장하지 않는 매력을 가진다. 그래서 관객은 여러 가지 생각들을 즐겁고 자유롭게 사유한다.
이 연극 속의 늙고, 돈도 없고 바쁘지 않은 고고와 디디는 계속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씨를 고고와 디디가 기다린 만큼, 오랜 세월 똑같은 배역을 수없이 연기한 배우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안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자리 그 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접하고, 무엇을 느낄 지는 이제 여러분의 몫이다. 지금 인생의 허무함이나 무료함에 젖어 방황하고 있다면 당장 극장 산울림으로 달려가자. 그곳에 우리가 찾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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