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점 만점에 10점- Story.
‘체홉, 여자를 읽다 (파우치 속의 욕망)’이란 작품은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 Anton Pavlovich Chekhov, 문화어: 안똔 체호브, 1860년 1월 29일 ~ 1904년 7월 15일, 극작가, 의사, 단편 소설가) 이 쓴 짧은 에로티시즘 단편 4개를 엮어 만든 유쾌한 옴니버스 연극이다.
많은 연출가들이 말하는 ⌜안톤 체홉⌟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언제나 유쾌하며 허를 찌르는 매력!’ 그래서 같은 작품이라도 연출가의 해석에 따라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이 탄생 한다. 그러나 이 ‘파우치 속의 욕망’은 기존에 있었던 극은 아니다. 이 연극은 2014년 연출가 홍현우에 의해 초연되었다. 2015년 ‘파우치 속의 욕망’은 기존에 있던 에피소드 ‘니노치카’ 대신 새로운 에피소드 ‘약사의 아내’를 넣어 지난 3월 7일부터 정동 세실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혹시라도 이 연극이 ⌜안톤체홉⌟의 대표작이 아니라서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면 그 걱정을 내려놓아도 좋을 거 같다. 그 이유는 ⌜안톤체홉⌟ 그가 남자 극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고민과 그 고민 안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을 보는 90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다. 연극은 네 가지의 에피소드 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극 속의 여자들은 모두 가정이 있고, 대부분 중산층의 삶을 누린다. 이 연극 속 그녀들은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욕망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Episode 1. 약사의 안내. 깊은 밤, 약사의 예쁜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창 밖에서 들리는 기차소리....... 밖에서 군인들이 그녀를 칭송한다. 그녀는 유부녀 이지만 그들의 칭송이 싫지 않고 설레는 마음이 든다. 잠시 그들의 추파를 즐기면서 그녀는 흥분하는데 잠들었던 남편이 깨고, 그녀는 아쉬운 마음만 든다.
Episode 2. 나의 아내들. 늦은 저녁, 한 남자가 편지를 쓰고 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극을 만든 작가에게 항의 편지를 쓴다. 그는 절대로 7명의 아내를 이유 없이 살해한 괴물이 아니라고....... 그리고 이 연극 무대에서 그가 아내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희극적인 요소를 담아 숨 가쁘게 보여준다.
Episode 3. 아가피아. 사프카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프카, 그런 그를 사랑하는 결혼한 여자 아가피아. 아가피아는 남편 몰래 사프카와 밀회를 즐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일탈이기 보다는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Episode 4. 불행. 결혼 후 소피아(아내)는 남편의 무시 때문에 느끼는 권태로움이 크다. 그 속에서 그녀의 남편의 친구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한다. 도덕적 윤리관과 이성,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 소피아의 섬세한 심리적 고통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연극 속 여자들이 보여주는 욕망은 은밀하다. 가정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남자들과의 로맨스를 꿈꾸거나,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등 그녀들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연극 속의 그 여자들의 모습이 천박하게 보였나?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들이 겪는 갈등은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였다. 이 연극 ‘파우치 속의 욕망’의 배경은 분명 ⌜안톤 체홉⌟이 생존해 있던 19세기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연극이었다.
2. 10점 만점에 7.5점- 연출력. 필자가 생각하는 이 연극의 묘미는 바로 70년대 스타일의 연기! 이전의 ⌜안톤체홉⌟의 작품을 연출했던 연출가들은 배우에게 세련된 내면연기를 요구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작품의 연출가 홍현우는 배우에게 과장된 70년대 연기 스타일을 요구했다. 과장된 표정과 억양 그리고 행동. ‘약사의 아내’에서는 배우가 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관객들에게 설명함으로써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연출가는 관객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대공간을 분리하고 단순하게 무대를 꾸몄다. 우리가 이 연극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기차’다. 시작하자마자, 플랫폼에서 초조하게 기차를 기다리는 여자들의 모습은 필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품게 했다. 극의 마지막, 감자를 나눠 먹으며 플랫폼에 도착하는 기차를 안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녀들의 모습은 자유를 곧 획득 할 거라는 그녀들의 밝은 미래를 예상하게 했다. 이렇게 연출가는 기차 그리고 기차소리를 이용하여 각각의 극을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게 했다. 기차를 떠 올렸을 때 갖는 ‘자유’의 이미지와 기차소리에 반응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통해 욕망을 갈구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이해시켰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이전의 연극과 다른 새로움을 원한다면 이 작품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자칫 관객이 가질 수 있는 소재가 주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귀엽고 유쾌한 연출력을 발휘한 연출가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3. 10점 만점에 7점- 배우들의 연기력. 이 연극은 기본적으로 한명의 배우가 최소 2가지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각각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은 통통 튀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연출가의 의도에 딱 맞게 큰 표정과 높은 톤의 과장된 연기를 잘 보여줬다. 특히 2막 ‘나의 아내들’에 나오는 배우들을 주목해 보자. 무반주에 음정 하나 틀리지 않고 뻔뻔하게 노래를 부르는 아내(문현영)과 그런 그녀의 노랫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죽였다는 남편(장재권). 이들은 ‘살인’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뻔뻔하고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재미를 더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에피소드 ‘아가피아’에서 나온 배우들의 사투리는 어색했고, 에피소드 ‘약사의 아내’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배우의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배우들이 지나치게 애드리브(adlib)이 많았다. 사실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관객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관객의 반응이 좋으면 배우 자신이 돋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연극의 흐름이나 상대방 배우의 연기를 방해 할 때가 있다. 필자가 공연을 보러 간 날 바로 배우의 무리한 애드리브 때문에 사고가 생겼고, 배우는 관객들에게 사과를 했다.
때론 이런 실수가 연극의 매력이고, 배우에게는 추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연극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분명 유쾌한 기억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나 기자, 10점 만점에 아쉬운 8점! 꽃바람이 부는 이 봄날. 당신이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다면, 누군가 나의 텅 빈 가슴을 달래주기를 바란다면, 당장 옆에 있는 가방을 들고 정동 세실극장으로 달려 가보자. 그곳에 당신과 같은 권태로움을 느끼는 19세기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연극은 오는 6월 7일까지 정동 세실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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