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나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은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소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도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이 시는 1947년 발표된 미당 서정주의 대표작 '국화 옆에서' 입니다. 

문학테마투어의 두번째 코스는 미당 서정주의 집으로 향합니다.

미당 서정주는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이 당선되고, 김동리, 함형수 등과 함꼐 시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했습니다. 서정주는 오장환, 이용악과 함께 한국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생전에 15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약 70년의 창작기간 동안 1000여 편의 시를 발표했습니다. 서정주는 지금까지 해외에 번역된 한국문학 자료 중 가장 많은 나라의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다섯 번이나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수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요.

서정주는 한국문학이 도달한 최고의 미학적 형상력과 후대에 미치는 강력한 미학적 감화력으로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친일, 독재찬양, 기회주의 지식인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합니다. 서정주는 당시 문단 비중에 비해 상당한 분량의 친일 작품을 남겼습니다. 서정주는 ‘다츠시로 시즈오’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하며 ‘항공일에’, ‘송정 오장 송가’, ‘스물 살 된 벗에게’, 최체부의 군속지망‘ 등 4편의 시와, 단편소설 1편, 수필3편, 평론1편, 르포 1편 등을 썼습니다. 이상이 현재까지 발견된 서정주의 친일작품입니다.

이승만 정권 초에는 이승만 박사 전기도 완성했습니다. 이것을 본 이승만이 자신의 이름에 호 ‘우남’을 붙이지 않아서 모두 파쇄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서정주는 1987년 4.13 호헌 조치에 대해 ‘위단한 구국의 결단’이라는 발언은 남겼습니다. 학생운동을 반대하기도 해서 운동권에 큰 반발을 불러왔고요.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56번째 생일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인 ‘일해’도 서정주가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문단에서는 서정주를 진지하게 비난하는 여론은 묻히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문단의 기성세대들이 대게 서정주의 제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의 제자 중 한명인 소설가 조정래 작가는 “수십 년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평했고 이에 서정주는 “네가 내 제자로 그럴 수가 있냐”고 크게 화를 내며 쫓아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후 조정래 작가는 친일인명사전 제작 당시 문학계의 친일 행각을 정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서정주의 친일 경력을 조사하는 데도 큰 노력을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서정주는 자신의 집에 ‘봉산산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됐다는 단순신화에서 따온 이름이죠. 서정주는 이곳에서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집필활동을 한 곳입니다.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옛 주택을 그대로 복원해 서정주의 유품과 시집을 전시하고, 시인의 문학세계와 자취를 느끼는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봉산산방은 매주 월요일과 신정, 설, 추석연휴를 제외하고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가는 방법은요 지하철 2호선, 4호선 사당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사당초등학교 맞은편으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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