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N여행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영, 통영시티투어
2014년 02월 15일 00시 04분 입력


 

통영에 첫 걸음한 것은 불과 일년전이였습니다. 한국의 나폴리란 별칭이 붙을 만큼 아름답다는 바다도 보고 싶었지만 음악가 윤이상, 미술가 전혁림, 소설가 박경림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예술가들의 고향이란 점에 더 끌렸습니다. 인구 13만의 소도시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을 캐내고 싶었습니다. 짧은 휴가였는지라 그 비밀은 다 캐낼 수 없었지만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보던 그 아름다운 야경에 취해, 꼭 다시 한번 오리라 다짐했었죠. 불과 일년만에 다시 방문한 통영에서는 한산도, 세병관 등 이미 가 본 곳도 적지 않지만, 통영 시티투어 정규 코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통영의 속살을 좀 더 깊숙히 엿보기 위해서 말이죠.

 

 세계사대해전을 쓰다, 한산도 제승당

 


 

전날 저녁에 답사가이자 문화연구가인 신정일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길과 길에 담긴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야간 버스를 타고 통영에 가면서 20년간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의 일대기가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통영에서 내가 알고 싶은 것, 얻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은 무얼까? 그 질문에 답변을 준 곳은 바로 한산도였습니다.

 

불과 일년만의 방문인지라 변한 것도 바뀔 것도 없는 바다와 섬입니다. 그러나, 통영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통영 연구에 매진한 해설가와 함께 했기에 제가 느끼는 감흥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통영은 단순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조선시대 삼도수군을 통제했던 통제영이 위치한 곳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전라도의 수많은 섬 중에서 한산도에 제승당이 위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명장이라고만, 대첩이라고만 알고 있던 한산도 대첩이 왜 동아시아의 역사를 바꾼 세계 4대 해전이였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은 그저 아름다운 섬이구나라고만 생각했던 첫번째 여행의 추억을 송두리째 바꿔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수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바다는 거북등대를 중심으로 천하의 요충지였으며, 한산정은 바다를 넘는 화살만이 가닿을 수 있는 활터였습니다. 400여년전 어느날 적선 73척이 울부짖어야 했던 한산도 앞바다는 지금은 평화로이 관광객을 맞이하지만, 제승당에 걸린 5폭의 해전도에 그 처절한 전투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산도가를 읖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아쉽게도 상상화이긴 하지만, 충무사에 걸린 충무공 영정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바다의 제왕, 거북선

 


 

“거북선은 속도가 느린 평저선이라는 조선배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전략적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한산도 대첩 당시 조선의 화포가 전투력에서 월등히 앞서나, 장전 속도가 느린 점을 간파한 일본군이 진격해 온 것은 전국 시대를 거치며 단련된 칼잡이들이 일단 접근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이를 이용해 적의 함대를 끌어들여 회전하면서 쏘고, 장전함으로써 진격 속도가 느린 평저선의 약점을 극복한 전술이 바로 학익진인 것이죠. 73척 중 47척이 이렇게 섬멸되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적조차도 거북선 위에 설치된, 짚으로 가려진 철심에 힘조차 써보지 못했습니다.”

 

통영 앞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거북선 내에 설치된 모형과 설명은 왠지 모르게 귀에 더 쏙쏙 들어오는 것만 같습니다. 한강에 전시되던 거북선 모형이였다는데, 크기별로 설치된 화포나 무기류는 물론 거북선 바깥에 설치된 노젓기 체험도 꼭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 삼도수군통제영관아 세병관/통영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다, 향토역사관(http://www.tongyeong.go.kr/ty/history/)

 


 

세병관은 오르는 길부터 인상적입니다. 8계단씩 세단으로 이루어진 계단은 그 자체로 24절기를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해를 맞이하는 망일루를 지나 경사가 급한 24 계단을 올라가면, 창을 거둔다는 지과문이 나오고, 지과문 문턱을 지나야 비로소 세병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두보의 시 만하세병에서 따왔다는 세병관의 현판은 그 크기도 크기이지만, 136대 통제사 서유대가 썼다는 시원한 글씨가 일품입니다. 세병관은 일단 그 크기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데요, 입방 미터를 기준으로 현존하는 목조 고건축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합니다. 서울 경복궁의 경회루(국보 224호),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보다도 더 크다는 것은 그만큼 세병관이 조선 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으로써 중요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둥 하나는 어른 둘이 감싸안아야 겨우 손이 둘러질 정도니, 사진으로 채 담을 수 없는 것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봄, 가을마다 삼도수군의 장이 이 곳에 모여 회의를 하고, 연합 훈련을 준비했다는 데 이것이 오늘날 매년 8월 한산대첩축제로 전해져 내려 옵니다. 천하명당답게 새 한마리 날아들지 않을 정도로 지세가 세다고 하는데 통영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어린 시절 바로 이 곳에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일제 시대때 100여동이 넘는 부속건물을 다 부수고도, 세병관만은 통영초등학교로 만들어 이용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제야 궁금했던 비밀이 하나 풀렸습니다. 다음에 통영에 갈 때는 세병관에 한가로이 걸터앉아 책이라도 한권 읽고 와야 겠습니다.

 

향토역사관은 세병관 건너편에 위치해 있으며, 선사시대부터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이르기까지 통영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통제영 12공방의 공예품이 눈길을 끄는데, 왕실에 남품하던 한양의 공방을 제외하고, 민간에 유통되는 제품 중에서는 그 솜씨와 명성이 제일이였다고 합니다.

 

통영시티투어 친절한 Tip1. 세병관에 숨겨진 코드를 찾아라!

 


 

망일루, 지과문, 세병관. 세병관에서 만날 수 있는 루,문,관에는 모두 한자어를 이용한 비밀코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망일루((望日樓)의 해는 바로 임금을 의미하기에, 하늘, 땅, 사람의 세단으로 구성된 가파른 스물네게단을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임금에 대한 공경을 의미합니다. 지과문(止戈門)은 평시에는 “창을 거둔다”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전시에는 “무”(武)의 의미가 됩니다. 또한 세병관(洗兵館)은 은하수로 피묻는 병기를 씻는다는 의미에 어울리는 고즈넉함과 위기에는 먼저 나간다(先)란 내재된 힘이 동시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 같은 이중 의미Dual Meaning는 진의를 살짝 숨김으로써 마음을 가다듬고자 했던 선열의 의지와 지혜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빈치 코드, 아니 세병관 코드에서 400년의 세월을 돌이켜 봅니다.

 

 통영이 자랑하는 한국 대표 추상 미술가의 산실, 전혁림미술관 (http://www.jeonhyucklim.org/)

 


 

전혁림 화백은 통영,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미술가입니다. 03년 개관한 전혁림 미술관은 외관부터가 푸르른 타일로 장식이 되어 있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에 다름 아닙니다. 바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전통 사찰의 탑을 형상화한 건물 내부에는 한국의 전통적 기물과 통영 항구, 오방색과 절묘하게 결합된 전혁림 화백만의 예술세계를 시대별로 둘러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그가 통영시민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극작가 유치진, 시인 유치환, 음악가 윤이상 등과 더불어 만든 통영 문화협회를 통해 다양한 문예활동을 한 것은 물론 “가장 통영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예술활동 때문입니다. 조금은 익숙치 않은 추상 예술이지만, 전혁림미술관에서만큼은 야외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앉아 미술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예술 관람이 된답니다.

 

 한려수도를 만나는 가장 근사한 방법, 미륵산 케이블카

(http://www.ttdc.co.kr/main.php)

 


 

461미터 미륵산을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케이블카라고 생각하신다면 조금 아쉽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가장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미륵산 케이블카이기 때문이지요. 8인승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날아가는 1975미터는 남산 케이블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라도 리아스식 해안의 굽이치는 산과 바다를 선사합니다. 십여분만에 아쉽게 내려야 하지만, 미륵산 중턱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또한 천하절경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은 전망대와 포토존의 연속입니다. 400여 미터의 산책 데크를 걷다보면 한산대첩/신선대/통영상륙작전/당포해전 전망대를 두루 들러서 방향마다 다른 한려해상의 진미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미륵산 정상에서의 기념사진도 잊지 마세요~

 

통영시티투어 친절한 Tip2. 통영시티투어는 두개?

 

통영시티투어는 전국시티투어 중에서 드물게 두 곳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 여행사의 통영시티투어(http://www.tycitu.com/ )와 통영시의 통구리투어(http://www.tonguri.com/ )가 그것인데요, 그만큼 다양한 섬, 야경 등의 코스가 제공되니 꼼꼼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통구리 투어가 주야간별로 하루에도 수차례씩 코스가 운영된다는 점이 강점이라면, 통영시티투어는 깊이 있는 문화 해설에 기반한 섬여행 코스와 예술인 투어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통영시티투어 친절한 Tip3. 다음엔 어디를 갈까요?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에게는 이순신 코스를 추천해 드립니다. 온양온천시티투어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비롯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현충사를, 여수시티투어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사용되던 국보 304호 진남관을 방문합니다. 진남관 앞에는 이순신 광장도 있으니 중식 시간에 짧게나마 거닐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예술가 코스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곳은 너무나도 많지만, 전혁림 작가의 대표작을 대거 소장한 이영미술관이 포함된 용인시티투어(백남준기념관, 이영미술관)을 추천해 드립니다.


조명화 편집장 editor@theme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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